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컨퍼런스, 세미나, 포럼 등 수백 건의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달에도 국내 모 대기업(Top3 이내)이 주관하는 사내 포럼의 연사를 섭외했고, 다음달에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와 컨퍼런스,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내 역할은 주로 컨퍼런스 기획/운영이고 해외연사, 국내연사를 섭외하고 연사들과 강연 주제과 내용을 조율하는 것이다.
컨퍼런스 총괄(기획/운열) 일을 10년째 하다 보니 사람, 즉 인재를 구하는 방식도 많이 바꼈고, 퍼스널 브랜딩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를 알게 됐다. 대기업, 연구기관들과 컨퍼런스를 기획하면서 어떻게 해야 선택 받을 수 있을지,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지 스토리를 공유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이름값이 먹혔지만 지금은 검색을 통한 자기PR이 되어야 하고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아직도 소속, 학력, 경력은 매우 중요하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교수, 박사급 연구원, 어디 출신을 먼저 봤다면 이제는 화려한 네이밍을 갖고 있어도 전달력이 없거나 주제 관련 경력이나 강의 이력이 없으면 후보에서 제외한다.
한 연사 후보를 추천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국가 연구기관의 박사급 연구원이었다. 연구 경력도 충분했지만 홈페이지 내 소속/이름/연구 경력 등 아주 기초 정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강의 이력을 받기는 했지만 검색이 되지 않는 과정에서 이미 그 사람은 연사 후보로서의 매력이 떨어졌다.
예전에는 추천과 소속이 확실한 후광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밑바탕(base)'에 가깝다. 즉, 일명 '스펙'이나 '배경'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면서 그 사람 자체를 보기도 하고, 그 사람의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추천과 소속은 참고에 그친다는 의미다.
취업 원서를 넣을 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듯이 이제는 인터넷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추가 검증 작업이 반드시 이뤄진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인터넷 상으로 검색 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 정보와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코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는 디지털에서 보여준 행동이 인적 사항보다 중요하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고, 당신의 신용정보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설계자>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나만의 채널에서 나만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꾸준히 1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고 한다. 즉, 배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온라인 상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실력 데이터다.
나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내 경력과 이력에 대한 소주제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서 컨설팅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자신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뽑아내는 것에 엄청 신경을 많이 썼다. 상품 출시, 행사 개최 등 보도자료를 쓸 때에도 기사 제목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렇듯 자신의 강점과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셀링포인트'를 찾아야 하고, 이를 자신의 SNS채널에 꾸준히 공유해보자.
컨퍼런스 기획 예시를 들어보겠다. 미국 경제 산업 전망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기획했을 때, A라는 사람은 중국 산업 현장 경험이 풍부해 최신 기업 사례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고 B라는 사람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최근 동향과 변화를 중점적으로 알려주기로 했다. 똑같은 분야여도 나의 차별성, 실력, 강점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작업이 자아성찰이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뒤돌아 보아야 그 안에서 셀링 포인트를 찾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될 수 있다.
데이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유입을 하게 하는 수단이라면 나를 선택하기 위한 수단은 추천과 공감이다.
추천이야 말로 신뢰도와 검증성이 가장 높다. 어떤 분야나 영역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수년 동안 교류하면서 나의 찐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네트워킹의 차원이 아니다. 출신과 소속이 제일 중요하지만 특정 생태계 안에서 '나'라는 존재와 매력을 퍼뜨려 보자.
미디어의 구조는 '3C'로 되어 있다. 콘텐츠(Contents), 컨테이너(Container), 콘텍스트(Context) 순이다.
단어를 문맥 안에서 외워야 깊고 풍부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듯이, 좋은 콘텐츠가 나오려면 생태계, 문맥 흐름을 반영한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는지에 따라 나 자신이 달라진다. ('친구 잘 만나야 한다'는 옛말처럼)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건 신경 쓰지 않을지언정 강력 추천은 받을 정도의 실력을 쌓아보자.
예를 들어 보겠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에는 '이 사람 별론데?'라고 생각해서 맨 하순위 후보로 넣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고객사 내부 관계자가 동일한 사람을 추천해줬고, 결국 이 분이 연사로 섭외했다. 나 역시 이전 회사 두 곳을 모두 추천으로 들어갔다. 추천은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네트워킹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과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영업이나 1인 기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내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거나, 고객에게 상품/서비스 제공에만 그치면 생존주기가 굉장히 짧아진다. 고객과 나는 동일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상호공존 관계에 있다.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곧 고객의 문제이고, 내가 제공하는 것이 상품/서비스를 넘어 하나의 가치, 솔루션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요새는 마케팅 툴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잠재 고객층의 유입과 관심을 끌기가 쉽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이 열려야 지갑이 열린다. 고객이 신뢰도, 전문성, 기대감 등으로 나를 떠올릴 수 있어야 재구매와 추천으로 이어진다.
자기답게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이다. 비즈니스 규모와 관계 없이, 직장인이든 사업가든 내가 만든 무대에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 아니면 안될 만큼의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예전에는 자격증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사는 시대였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하면 알아서 취업되고 일을 하게 되면서 최소한의 밥벌이는 가능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마인드를 갖추고 나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나'라는 가치가 다르게 평가된다.
고객이나 사람과의 관계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고객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고객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끝이었다. 고객을 위한 사업, 고객 중심의 시장을 넘어 이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단계로 진화했다. 나 스스로 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커뮤니티/환경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변화를 이뤄나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외국인 대상 한국어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팔로워를 기준으로 하면 대스타는 아니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어 쓰기나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요즘 AI시대로 챗gpt나 어플이 많기는 해도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서 사람과의 교류, 상호관계에서 만큼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10만, 100만 팔로워가 꿈이 었는데 이제는 외국인들이 나와 있을 때 한국어 연습을 최대한 많이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치, 철학, 생각이 담겨야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것이다.
AI와 기계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생각과 경험이다. 매년 10명 이상의 연사를 섭외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는 경험적 지식과 생각을 표현해야 하고 그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자기 PR, 브랜딩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키 포인트(key poing)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