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상세계)에서의 자기 노출 선택권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가상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기술력의 부족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주제는 아니었지만, SNS의 발전 그리고 가상현실 기술의 상용화, 메타버스의 등장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상 세계에서 인간관계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상 세계에서 자기 노출 선택권
SNS나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가 갖는 특징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를 관계 안에서 노출하는 것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은 굉장히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이라고 한다. 자기 노출을 많이 할수록 상대방과 친밀감을 높이고 관계를 강화될 수 있는데 (Doster Brooks, 1974; Nilsson, Strassberg Bannon, 1979) 실제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언어적 및 비언어적 표현이나 외모와 같은 외부에 드러난 개인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NS에서는 원하는 정보만 등록해서 노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나아가 메타버스에서는 외모 등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요소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상 세계에서 자기 노출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상환경에서 자기 노출 선택권이 높아졌을 때 장점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기 노출을 더 잘 통제 할 수 있다면 자기 노출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Rubin(1975)과 같은 사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자기 노출이 통제되는 가상 환경에서는 오히려 관계 초반에 자기 노출이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였다. 자기 노출에 대한 통제가 쉬워지면서 오히려 자기 노출을 위한 정보 조작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Joseph B. Walther라는 심리학자는 “선택적 자기 노출"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가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선 자기 자신에 대한 익명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잘못된 자기 노출에 대한 위험이 적으며 이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노출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을 “기차 안의 낯선 사람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기차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하게 되었을 때, 이 사람은 헤어지면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라 오히려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말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가상 세계에서 마음껏 자기 노출을 해도 그것이 자기 자신을 특정하지 않게 할 수 있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 공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가상환경이 인간관계에 주는 악영향
하지만 자기 노출을 통제하는 것이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상 세계에서는 의도치 않게 흘리는 자기 노출 요소가 적고 자기 노출을 통제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 노출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가상 세계에서 깊은 수준의 관계는 오히려 힘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Sproull and Kiesler 1986)
또한 선택적인 자기 노출을 하게 되면 가상 세계에서의 모습은 실제 자기 모습과 크게 괴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심해지면 가상 세계에서의 모습과 탈 개체화로 이어져 가상 세계에서의 행동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고 인종차별, 집단 린치 등 공격적인 의견들을 표출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당연히 상대방으로 하여금 반감을 가지게 만들어 자기 노출을 꺼린 도록 하게 되고 친밀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미래의 인간관계 변화에 대한 대비
지금까지 자기 노출을 선택할 수 있는 가상환경에서 어떤 장점과 악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탐구해 보았다. 과거 보수적인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가상 환경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초기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동시에 깊고 연속적인 관계를 맺는 용도로써 가상환경은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상 환경이든 실제 환경이든 각각의 장단점은 명확하며 새로운 시대의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