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대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민 Jun 09. 2023

콩들의 분쟁

시골 할머니의 마루에는 대두를 농사 지어 털어놓은 콩을 시장에 내다 파시려고 대야에 부어놓고 썩은 콩을 고르고 계신다.


썩은 콩은 찌그러진 그릇에 담아 놓아서 울상을 하고 있고 보기에도 예쁜 콩들은 시장에 가려고 예쁜 보자기에  담겨서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런데 예쁜 보자기에 담긴 콩 한 개가 울상이다.

바로 옆에 콩이 색도 거멓게 변해가고 작은 구멍도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 콩에게 짜증을 내면서 자리 옮기라고 말을 한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얘!"


"왜?"


"보니 색이 변하고 너 몸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있잖아."

"얼른 주인님께 말해. 너도 저쪽 그릇으로 가야 한다고..., "

"잘못하면 우리 몸까지 구멍이 생길지도 몰라."

"의리가 있다면 손들고 나가야지."

"너만 작은 그릇으로 가는 게 좋지. 우리까지 모두 저쪽으로 가면 우리 주인님 얼굴이 어떻게 되겠어."

"애먹고 농사지었는데 썩은 네가 같이 있어서 멀쩡한 우리까지 다 몸이 망가지면 큰일이야."

"아마도 우리 주인님은 우리를 시장에 가서 팔 모양인데 손님들이 너를 보면 사 가겠어."

"절대로 팔리리 지 않을 거야."

"누가 봐도 넌 상품가치가 떨어져."

"그리고 사간다고 해도 우리 주인님 입장이 난처하게 될지도 몰라."

"나쁜 상품을 파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

"넌 도움이 안돼."


"지금 너는 하나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손님들이 별문제 제기하지 않고 사 갈 것이라고 하지만 너 때문에 다른 친구들 몸도 썩기 시작하고 아프게 될지 몰라."

"그리고 누가 썩은 콩이 섞인 콩을 좋아하겠니?"

"그러니 자진해서 손들고 저리로 어서 가라."

"우리 주인님 고생해서 농사지은 콩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주인을 못 만나면 표정이 달라질 거야."

"그리고 우리도 기분 나빠."

"너를 보니 우리 몸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리고 너 때문에 주인님이 콩값을 제대로 못 받으실 수도 있어."

"알겠어? 그러니 제대로 말하고 숨으려고 하지 말고 떳떳하게 찌그러진 그릇으로 

어서 건너 가."


"너는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친구들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너는 괜찮다고 하는 모양인데 주위에서 모두 착한 애들인데 너한테 뭐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

"알아서 나가야지."


"우리가 모두 썩어서 다 상하기 전에 네가 먼저 알아서 나가라."

"너 하나로 우리가 다 죽을 수는 없어."

"지금 보이지는 않지만 색도 변하고 구멍이 조금 생긴 걸 보니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숨어 있을 수도 있어."

"그렇게 계속 혼자서 괜찮다고 하다가 나중에 우리까지 몸에 구멍이 생기고 아프면 어떻게 할 거야."


그 옆에 콩이 입을 실룩거리면서 말을 한다.


"야! 네가 뭔데 난리야?"

"할머니가 나를 보고도 그냥 두잖아. 다른 애들은 모두 골라내시고..., "

"그건 괜찮다고 하는 거야. 알겠어?"


"무슨 소리 괜찮은 게 아니라 네가 몸을 돌리고 지금 감추고 누웠잖아."

"그래서 못 보신 거고..., "

"색이 변한 몸을 밑으로 하고 구멍도 안 보이게 누워서 꼼짝도 않고 할머니 눈을 피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언젠가는 들킬 거야. 빨리 손들고 나가. 우리가 다 죽기 전에...., "


그렇게 말을 하자 시꺼먼 콩은 그래도 가만히 앉아있다.


"내일 시장에 가면 알겠지?"

"손님들이 나를 보고 우리를 데리고 갈지? 아님, 그냥 본체만체 지나가실지?"

"넌 아무래도 손님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어."

"넌 색깔도 우리와 다르고 건강해 보이지 않아."

"콩을 손님들이 사서 집에 두면 언제 우리 뭄에 벌레가 생기고 구멍이 생길지 몰라."

"그래서 넌 골라내야 해."

"콩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가 다 아플 수도 있어."


그렇게 말을 하자 시꺼먼 콩은 또 난리다.


"걱정 마라. 우리 손님들은 모두 나를 좋아할 거야."

"이 정도는 괜찮다고 봐주실 거고 내 편이야."

"오우, 무슨 소리야? 누가 네 편이라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한두 명이 네 편이라고 손님 모두가 너를 좋아한다고 손님은 모두 네 편인 양 그렇게 말하지 마라. 알겠어."

" 네가 언제 멀쩡한 콩이었니? 그리고 언제 목소리가 그렇게 컸어?"

"넌 그런 몸으로 솔직하지도 않고 할머니께 손해 입힐 것 같은 너는 너무 나빠."

"그리고 언제 사람들 눈에 띌지 모르고 넌 바로 썩은 콩들이 노는 찌그러진 그릇으로 들어갈 거야."

"솔직하지 않고 할머니의 눈을 피해서 대야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넌 너무 나빠."

"며칠 전 옆에 누워있던 까맣게 변하고 구멍이 크게 생긴 그 애도 할머니의 눈에 띄어 옆으로 갔잖아."

"그때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


"아이고, 이 콩이 다른 콩을 다 썩게 할 뻔했어."

"내가 왜 진즉 못 보고 뒀지? 하시면서 다른 그릇으로 옮기셨어."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빨리 콩을 가려서 내다 팔아야 한다고 잘못함 다 썩을 수 있다고..., "

"너처럼 건강하지 않은 콩이 있을 수도 있어서 할머니는 늘 노심초사야."

"그런데 넌 그때 어떻게든 숨어 보려고 애썼어. 알겠어?"

"할머니가 너를 본다면 바로 넌 옆으로 옮길 거야."

"미안하지도 않아."

"넌 나빠. 머지않아 우리가 시장에서 팔려가는데 너 때문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고 또 너는 

다른 주인님을 만난다고 해도 머지않아 다른 그릇으로 갈 거야. 휴지통에 버려지든지."

"그러니까 이실직고해라. 알겠어."


"모르는 것 같아도 사람들 모두 알아. 사람들이 바본 줄 알아?"

"모두 알면서 말을 안 하고 있는 거야."

"너만 모르고 지금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네."

"남들이 다 웃는지도 모르고..., "

"넌 정말 나쁜 콩이야."

"너 때문에 손님들이 할머니의 콩값을 깎으려고 할지도 몰라."

"난 기분 나빠. 너 때문에 내 몸값이 깎이는 것도...., "

"할머니의 정성과 사랑에 보답해야 하는데 너로 인해서 그게 불가능할 수도 있잖아."

"어디 가나 솔직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하고 욕심을 부려서도 안돼."

"자격이 안되면서 우리랑 같은 곳에 있고 싶어 하네."

"나 너 같은 콩하고 같이 있기 싫어."

"정말 좋은 콩으로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어."

"그래야 할머니의 미소도 볼 수 있고 절대로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안 돼."

"알겠어."


이 말을 들은 썩은 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뒤집어서 까만 부분이 위로 올라오게 눕는다.


그랬더니 찌그러진 그릇으로 옮겨가라고 그렇게 말을 하던 예쁜 콩도 좀 미안했는지 안타까운 얼굴이지만 그래도 단체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은 때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언제 썼는지 대충 써놓은 글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콩 사진도 올리려고 급하게 한 장 찍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발들의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