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대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민 Jun 08. 2023

신발들의 대화


"얘! 너 어디 다녀왔어?"

"근데 수요일에 가서 이틀 안 보이더니 금요일 오늘 왔네."


"그래, 수요일에 출장 다녀왔어."

"주인님이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날씨도 여기가 좋아. 저 위에는 춥고 날씨도 안 좋아."

"그래? 여기는 비 왔는데..., "


"그래도 나도 며칠 다니니 비가 왔어."

"근데 날씨도 안 좋고 춥고 나도 집에 있음 하루 쉬고 다른 애들이 따라갈 텐데 나 혼자 힘들었어. “

”이제 나도 좀 쉴 수 있겠지. 주말이고 나도 좀 쉬어야지. “

"내가 다녀보니 집이 편하고 하루, 이틀 정도는 쉴 수도 있고 그래서 좋아. “


"얘는? 너만 고생한 건 아니지. 남주인님이 더 고생이지."

"계속 다녀야 하고 너는 가만히 있는데 뭐가 힘들어."

"난 네가 어디 멀리 가서 오지 않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좀 심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더라."


"뭐? 내가 없어서 좋았다고?"


"너는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꼭 나를 넘어뜨리기도 하고 또 내 위에 올라앉아서 나를 넘어지게 하고 너는 나를 걸치고 앉을 때가 많잖아."

"왜 그렇게 신발을 벗을 때 좀 잘 보고 벗지 않고 나를 괴롭히나 몰라?"

"그것도 어떻게 보면 폭력이야?"

"난 그래서 네가 너무 싫어."

"현관에서 밤에 조용할 때 같이 있으면 좋기도 한데 저녁에 돌아와서 그냥 얌전하게 

내 옆에 나란히 앉아 있든지 아니면 맞은편에 얌전히 있으면 좀 좋아?"

"꼭 나란히 다정하게 있지 않고 나를 귀찮게 하고 나를 괴롭혀서 싫어."

"그런데 그렇게 불편한 점은 있어도 그래도 이 넓은 현관에 혼자 멍청하게 있는 것보다는 

때론 네가 있을 때가 좋을 때도 있어."

"문제는 내가 먼저 들어오고 네가 늦게 올 때가 많은데 좀 제발 조용히 들어오고 나갈 때도 

나를 넘어뜨리지 말고 조심해서 나가고 현관을 드나들면 더 좋아할 건데 그게 안 좋아."

"한 번씩 스트레스 쌓여."


"그래, 나도 사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남주인님이 때론 바로 보지 않고 그냥 들어가시고 나가실 때도 급하게 나가시는지 어쩐지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아."

"그러니 네가 좀 이해해 줘."

"나의 노력으로 그렇게 바르게 드나들기 힘들어."


"아유, 정말 너희 남주인 님은 왜 그래?"

"어제 데리고 나갔다 온 친구들은 좀 장을 열고 넣어두고 다시 다른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꺼내긴 잘하는데 넣을 줄을 몰라요."

"우리 여주인님이 늦게 나가시거나 들어오실 때 꼭 너를 장에 넣기도 하고 또 나와 있는 친구들을 넣기도 하고 그렇게 정리를 하시는데....,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공간이 정신이 없잖아."

"이렇게 넓은 데도 여주인님이 신발을 정리하지 않으면 금방 혼란스러워."

"요즘은 군화도 이제 어디 가지도 않고 그대로 장에 앉아있고 쟤도 심심하겠네."

"군화 주인님은 군화 정리하고 다른 걸 신고 어디 멀리 갔는지? 요즘 오지도 않네."

"그러게 말이야. 요즘 공부하느라 정신없고 학교 다니느라 바쁘다고 여주인님께서 통화하는 걸 들었어."

"그렇구나! 그때는 군화가 와서 며칠씩 자고 또다시 따라갔다가 와서 자고 그렇게 지냈는데 그때 군화가 힘들어하던데 참...,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그렇게 멀리 갔다 오더니 이제는 팔자 편해졌다 맞지?"


"요새 우리 집 군화 팔자가 제일 좋네."

"다른 애들은 필요 없다고 신발함 수거함에 버려지기도 하는데 얘는 버려질 이유도 없고

장 안에 저렇게 제일 좋은 자리에 늠름하게 쉬고 있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세상만사 새옹지마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맞지? 근데 너 유식하다. 새옹지마를 다 알고."

"당연 나도 알지. 여주인님이 몇 번 말하는 걸 들었지."

"좀 슬프고 괴로워도 잘 참고 이기고 금방 좋은 날 올 거니 노력하면서 기다려라고..., "

"맞네. 나도 그런 말 들은 것 같아."

"군화에게도 말하는 걸 들었지."

"맞네. 그래도 군화 주인님은 언제 올려나 몰라."

"우리 주인님이 보고 싶은 모양인데."

"그러게?"

"좀 있으면 오겠지. 설이라는데 며칠 뒤면..., "

"맞네. 저번에 군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걔는 군화 주인님을 따라서 부산으로 갔고 

거기서 잘 지낸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제 걔는 필요 없어서 버려질지도 모를걸?"

"왜?"

"부산 군화는 이제 예비군도 끝났다나? 어쨌다나?"

"우와 벌써 끝났어."

"그래, 군대를 빨리 갔다 왔잖아."

“코로나로 비대면 훈련도 있었고 군화도 편했네. 얼마 전 예비군 훈련 다녀오더니...,”

"그렇구나! 그래도 필요 없는 신발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

“필요 없다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인데...,“

”그래도 군화는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어.”

“언제나 자랑스럽고 서있는 그 자체로 멋져. “

"그렇지?"

”군화는 역시 대단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우린 각자 목적도 있고 목표도 있고 우린 역할도 크다."

"어릴 때는 유치원을 따라다녔고 초등, 중등을 따라다녔고 그렇게 다니다가 이제 군화도 

신게 되고 왜 이렇게 세월은 빠른지?"

"우린 무엇보다도 주인님들을 안전하게 잘 모시고 다니고 항상 안전에 신경 써야겠다."

"여기는 눈은 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날씨도 춥고 언 땅도 많고 하니 우리가 최대한 신경 쓰자."

"그래야 주인님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다니 실수 있지 싶어서..., "

"그래, 나도 그렇게 신경 쓸게."

"고마워. 그럼 집에 와서도 주인님이 들어가시고 내가 얌전히 앉아 있는데 나를 넘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 줘."

"우리 여주인님이 지나가시다가 보시고 나를 바로 세워주시면 다행인데 나를 못 보시고 밤새도록 그냥 두시면 너무 숨 막히고 짜증 나고 괴로워."

"알겠어. 될 수 있으면 넘어지지 않도록 나도 노력할게."

"그래, 그럼 고맙고 우리 사이좋게 지내고 아침에 각자 다른 곳으로 가고 또 저녁이면 다른 시간에 돌아오지만 항상 안전하게 잘 다니자."

"그래야 우리가 매일 우리 자리에서 함께 오손도손 대화도 나누고 같이 잠도 자고 그렇게 하지. 우리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좀 외롭고 그렇잖아."

"알겠어. 안 그래도 주인님을 따라서 며칠 병원에 다녀왔는데 병문안이라서 다행이지 아파서 갔으면 어쩔뻔했어?"

"맞아, 병원은 숨도 막히고 괴로워. 답답하고..., "

"그럼 우리 앞으로 더 조심하고 잘 지내자. 그래, 잘 자고 내일을 위해서 쉴까?"




매거진의 이전글 운명<계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