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갓 사 온 계란 한 판은 식탁 위에 놓여있고
잠시 조용한 틈을 타서 계란들은 이야기를 한다.
"똑같은 조건 우린 30알인데 우리 운명은 각자 다르겠지?"
"그러게?"
"난 도대체 어떻게 될는지?"
"얘들아!, 너희들은 기분이 어때?"
"근데 나는 오늘도 주인님이 나를 안고 오는데 땅바닥에 추락하는 줄 알았다니깐?"
"운동 다녀오면서 나를 사서 들고 오다 보니 다른 짐도 있고 정말 우린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 아니고 뭔 목숨이냐?"
"어쩜 우린 시원한 넓은 선반에 놓여서 다른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더 낫지 않을까?"
"그러게, 그럼 아마도 지금 당장 이렇게 가슴 졸일 일은 없겠지?"
"오늘 사 와서 바로 혹시 난 또 뜨거운 펜에 놓이든지? 아님,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 같이 등을 대고 다시 작은 냉장 케이스에 들어왔네."
"내일은 아마도 우리 중에서 누군 뽑혀 나가겠지?"
"아! 난 좀 늦게 나가고 싶은데...."
"그냥 대형 선반에서 여럿이 앉아 있을 때가 좋고 깜깜한 밤에 수다를 떠는 재미도 나쁘지 않잖아"
"근데 어제는 우리보다 훨씬 작은 메추리알이 설치고 난리잖아."
"왜? 자기들은 뭐 장조림에 들어간다나 어쨌다나?"
"통째로 샐러드에 들어가고 뭐 다른 곳에 들어간다고 어깨 으쓱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작은 것들이 힘자랑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했거든."
"근데 오늘 엄마를 따라온 꼬맹이가 한 판 들어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박살 났잖아."
"장조림도 샐러드에도 못 가고 더러운 걸레에 닦여서 벌써 갔잖아."
"허망하다. 맞지."
"어떻게 사람들 입에도 들어가지 못할 수가 있어?"
"그런 일은 정말 드물잖아."
"간혹 관리를 못해서 버려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
"그러니깐 친구들 앞에서 너무 잘난척 하고 설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착하게 조용히 지내야해."
"그래, 맞아 우린 오늘 잘 왔어."
"언제 와도 와야 하는데 혹시 상해서 한꺼번에 다 같이 폐기되거나 사람들도 많이 북적대서 불안하다. 난 정신없는 그곳이 싫어."
"어제는 쥐었다, 놓았다, 몇 번이나 그렇게 하는 어떤 아주머니 때문에 바닥에 추락하는 줄 알고 간 졸였잖아."
"그런가?"
"그래! 기억 안 나?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바로 폐기되는 거야."
"그리고 주인 잘못 만나면 한꺼번에 우리 모두 뜨거운 물에 들어갈 수도 있어."
"혼자가 아니라 덜 심심할지 몰라도 난 너무 뜨거워서 싫어."
"우리가 기한이 지나면 ... 그때는 없는 뼈도 못 추리고 한 방에 가는 거야."
"아! 맞아"
"내일이면 아마도 우리 중에서 2-3개는 나갈 것 같아."
"걱정 마,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왜?"
"주인님이 저녁에 우릴 부를 일이 없는 빵이랑 다른 재료를 많이 사 오셨잖아."
"아마도 내일은 뜨거운 물에 퐁당 할 일은 없는 것 같아."
"ㅎㅎㅎ 그래."
"그래도 우린 삶음일까? 프라이일까? 아니면 말이일까?. 찜일까?..."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아유 난 그냥 날 것으로 비빔밥에 들어가고 싶어."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
"근데 요즘은 날계란을 비비밤에 넣지는 않더라."
"몇 년 전에는 유치원 가는 꼬맹이 간장 비빔밥에도 그냥 들어갔는데...,"
"난 어떤 모습으로 될지? 궁금하다."
"궁금은 무슨? 궁금할게 뭐 있어?"
"우린 어차피 냄비나 프라이팬에 들어갈 거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 생각해라. 그게 편해."
"우린 주인님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니 얼마나 좋아."
"우리가 좋은 일을 하는데 뭘 걱정을 해?"
"우리의 임무가 뭔지 생각해."
"그런가?"
"그래!"
"모두 할 일이 있듯 우리도 각자 운명이 있고 메뉴에 따라서 다르게 쓰이겠지?"
"맞아! 쓰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못하고 상해서 그냥 버려지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맞아, 그러네... ㅎ"
"그럼 우린 뭐가 되든...."
"어떻게 쓰이든 걱정 말고 같이 작은 냉장 케이스에서 수다 떨면서 잘 지내자."
"그래... 그래..."
"아! 시원하고 좋아."
"그래, 잘 놀고 우리 함께 잘 지내자."
"좀 복잡한 케이스지만 그래도 이렇게 함께 있으니 좋다."
"아마도 지금 마트에 계란들은 정신없을 거야."
"층층이 포개져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불안불안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딪힐 수도 있고 우리도 사람들처럼 운명은 다 다르네."
"우리도 사람들처럼 어디에 뽑혀갈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다가 갈지? 그걸 생각하게 되네."
"우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조만간 누가 제일 먼저 주인님의 손에 쥐어질지?"
"그것도 긴장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얘! 좀 당기자."
"왜?"
"내가 너무 앞에 나와 있잖아."
"난 먼저 뽑혀 가기 싫어."
"좀 더 시원한 공간에서 너희들과 놀고 싶어."
"참,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우리 계란 팔자도 시간문제네."
"우리도 사람들과 다를 것도 없어. 그치?"
"그러니 뽑혀가는 그 날까지 열심히 착하게 잘지내자."
그렇게 계란들은 케이스에서 서로 뒤로 앉으려고 시끌벅적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어떤 계란이 제일 앞에 놓여서 제 손이 먼저 갈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제일 앞에 계란보다는 제일 위에 계란을 짚지 싶은데 우리 냉장고의 계란들은 아무도 모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