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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n 05. 2023

요구르트 먹고  추억여행

커피라면 모를까 요구르트는 냉장고에 굴러다녀도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료 중에 하나이다.

나는 후식으로 식단에 요구르트를 자주 제공하는 편인데,  

자주 나가는 이유는 단가가 저렴해서 이기도 하고 이상하게 집에서는 안 먹어도 회사에서는 밥 먹고 난 후에 요구르트 한 개 마시면 그게 또 입가심이 싹~~ 되는 요물이다. 


요구르트가 참 맛있을 때는 바로 이런 때인 것 같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언제나 그렇듯 일손이 부족해 일을 좀 도와드리게 되었다. 

더운 날 비닐하우스에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토마토 한 줄을 정리하고 나왔는데 갈증이 어찌나 나던지 

엄마가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요구르트를 먹으라고 주셨는데 

요구르트 한입 마시자마자

"엄마! 이거 뭔데! 왜 이렇게 맛있어! 이 요구르트 안에 꿀 탄 거 아니야?

라고 외쳤다.

이 작은 요구르트가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그 요구르트 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가끔 길 가다 요구르트를 먹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딸 어릴 때가 생각이 난다.

다른 아이들은 유모차 안에서 울면 마이쮸 같은 캐러멜을 주어 울음을 달래는데 우리 딸은 요구르트에 얼른 빨대 꽂아 주면 마법같이 눈물을 뚝하고 그쳤었다.

우리 딸 울음을 그치게 하는 마법의 음료가  바로 '요구르트'였다.

그래서 늘 외출할 때면 가방에 요구르트 한두 개씩 챙겨 다녔다.

하지만 어릴 때 많이 먹어서 그런지 

지금 우리 딸은 요구르트, 쳐다도 보지 않는다.


며칠 전엔 

제천 중앙 시장에서 유명하다는 빨강 어묵이라는 것을 먹게 되었는데 날씨가 좀 더워서 그런지 어묵이 좀 짰던지 갈증이 났다.

때마침 시장에서 요구르트 아줌마를 만났다.

이번엔 오리지널 보다 2배 이상 큰 요구르트를 구입하였는데 이 요구르트 생김새가 특이하게 생겼다. 

입구가 뒤에 있었던 것이다. 

특이한 요구르트를 먹으며 신랑과 아이와 함께 예전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했다.


"옛날에는 왜 그렇게 요구르트 뒤를 이로 씹어서 쪽쪽 빨아먹었는지 몰라."

"그래서 이런 모양이 나왔나 봐~ 나도 옛날에 뒤로 먹었는데. 먹으면서 은근 플라스틱 맛도 같이 나잖아."

"나는, 아껴먹고 싶어서 뒤로 먹었던 것 같아."

"아빠, 요구르트를 아껴먹었다고? 에이~ 말도 안 되잖아~~."

"예전엔 자주 사 먹을 수 없었거든, 그것도 그렇지만 뒤로 빨아먹는 게 더 맛있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

"오빠 나는 예전에 요구르트 얼려서 아이스크림처럼 먹었는데. 나 말고도 많이 그렇게 먹었던 것 같더라고.

예전에는 블로그 같은 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다 그렇게 먹었나 몰라."


이처럼 요구르트 하나에 서로가 서로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았다. 

이렇게 역사가 오래된 음식에는 각자 참 많은 추억들이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브랜드를 이어간다는 것도 대단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더욱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더라도 요구르트 맛은 예전 그대로여서 요구르트를 먹을 때면 누구든 예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 

오래된 음식은 마치 추억 여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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