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모유수유
임신을 했었을 때 남들은 입덧이 심해서 음식을 아예 못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계절에 맞지 않는 과일이 먹고 싶어서 신랑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나는 임신을 해도 입덧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이 늘 음식과 함께 하는 일이라 혹시 음식 냄새 때문에 힘들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상상하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임신했었을 때 먹고 싶었던 게 딱 한 개 있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야채튀김"이었다.
분식집에서 파는 그 야채튀김 말이다.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고가의 음식도 아닌 아주 평범한 음식 중에 하나였다.
내가 신랑에게 임신하고 처음으로 먹고 싶다는 한 음식인데
신랑은 그 미션을 성공하지 못해 여직 나에게 핀잔을 듣는다.
집 앞 분식점에 갔는데 다 팔리고 없어 못 사 왔다는 것이다.
나라면 옆 동네 분식점을 돌아서라도 사 왔을 것인데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야속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출산할 때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나는 "카스텔라"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분만유도제를 맞고 누워있는데 평소에는 먹지도 않던 카스텔라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배가 아프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부드럽고 달달한 카스텔라 생각밖에 안 났다.
가족분만실이어서 친정부모님과 신랑이 함께 있었는데 힘주는 와중에
애 낳고 먹겠다고 카스텔라 좀 사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그렇게 먹고 싶던 카스텔라인데
아이 출산과 동시에 친정아버지가 종류별로 사 오신 카스텔라가 먹기 싫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그때 왜 그렇게 카스텔라가 먹고 싶었는지.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 할 적에는
달달한 "바닐라라테"먹고 싶어 눈물까지 흘렸다.
혹시 아이에게 영향이 갈까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를 임신 때부터 안 마셔왔는데 모유수유 할 적에는 왜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맘대로 못 먹는 음식이 그것뿐 아니라 많으니 속상해 눈물이 났다.
그때 당시엔 모유수유가 뭐라고,
모유수유를 못하면 안 되는 법도 없는데 그걸 놓지 못했다.
임신기간에는 없던 야채튀김이 이젠 집 앞 분식점에 가면 쌓여있다.
어느 날 분식집을 방문해 떡볶이를 기다리며
"제가요, 임신했을 때 야채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없어서 못 먹었어요."
"세상에, 그랬구나. 내가 하나 더 넣어줄게." 하시면서 하나 더 주셨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그때 못 먹었던 사랑의 야채튀김을 먹어본다.
먹고 싶었을 때 먹었으면 어떤 맛이였을까. 궁금하다.
출산 중에 그렇게 먹고 싶었던 미스터리 한 카스텔라는
그 후 빵집에서 한 번도 사먹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내일은 카스텔라를 좀 사 먹고 싶어졌다.
우유에 콕 찍어서 먹어봐야겠다.
바닐라라테
달달한 음료는 모유수유 중이 아니라도 맘껏 먹지 못한다.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 중에 달달한 음료는 최대의 적이다.
대신에
가끔 나에게 보상해주고 싶은 날
퇴근길에 바닐라라테를 사 먹는다.
그럼 모든게 다 괜찮아진다.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유수유등은 축복받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음식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고
그 시기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참아내 지금 먹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