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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19. 2024

클럽샌드위치 만들어서 데이트 갈까?

매일매일 먹고 싶은 게 있는 나는 오늘은 클럽샌드위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냥 샌드위치 말고 클럽 샌드위치라고 하면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신랑에게 "오늘 나 이거 만들어 먹었어."라며 블로그에 올린 클럽 샌드위치 사진을 보여준다."맛있어 보인다."라는 말 보다 먼저  "왜 클럽이야? 클럽에서 먹는 거야?"라고 물었다. 사실 나도 왜 클럽 샌드위치라고 하는지 몰라서 어영부영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지금 그 뜻이 중요한 게 아니야. 이 색감 좀 봐.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라고 했더니 단순한 우리 신랑은 "노른자가 한몫하네."라고 했다. 

신랑이랑 이야기를 마치고 나와 클럽샌드위치의 뜻을 검색해 봤다.

신랑 말처럼 클럽샌드위치는 제일 처음 도박 클럽에서 만들어 먹었다고 나와있었다. 헉.. 이럴 수가...

요즘 나의 일상은 자유, 여유 그 자체이다. 

유방암에 걸리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집에 있다 보니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해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반면 내가 해야 하고 뒷정리도 내 몫이라는 게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큰 장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가려먹어야 하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다. 

이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여유롭게 샌드위치를 만들어본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상추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탁탁 털어준다. 상추는 넉넉히 들어가야 좋다. 그리고 토마토도 깨끗하게 씻어 슬라이스 해준다. 그다음 프라이팬을 달궈 빵과 햄을 굽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계란프라이 반숙으로 만들기! 

샌드위치를 반 갈랐을 때 노른자가 흘러내리면 더 좋겠다. 너무 익기 전에 불을 꺼야 한다. 

계란프라이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 만드는데, 계란프라이라는 게 시간에 쫓기거나 성격이 급하면 진짜 잘 안 만들어진다. 영양사 할 때 반찬이 중간에 솔드아웃 되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제일 좋은 대체 찬이 바로 계란프라이다. 한 개만 주면 아쉬울 것 같아 2개씩 앞접시에 담아 죄송한 마음을 한껏 담아 직접 가져다 드린다. 밥 먹으러 왔는데 원하는 반찬이 떨어지면 속상할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아, 얼른 계란프라이를 준비한다. 숙련된 조리장님도 사람들이 밖에 기다리고 있으면 프라이가 예쁘게 완성이 안된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갖다 드리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대단한 음식이다. 집에서는 그렇게 맛있는 것을 모르겠는데 밖에서 먹는 갓 구운 따뜻한 계란프라이는 인기 만점이다. 아마 '너에게만 줄게'라는 암묵적인 말이 들어있는 음식이라 더 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제 들어가는 재료 준비는 끝이다. 빵 위에 쌓아주기만 하면 된다. 

빵이 눅눅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맨 처음 빵에 마요네즈를 발라주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소스가 하나 있는데 바로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발라주는 것이다. 

그래야 파는 맛이 난다고 들어 구입했다. 정말 파는 맛이 나는지 궁금했다. 빵 양쪽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한쪽에만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발라주고 양쪽 빵 위에 상추를 올려준다. 

나머지 재료들은 한쪽에만 올려주면 된다. 치즈가 녹아야 하니 치즈 위에 프라이를 얹어주면 좋겠다. 



이제 다 됐다. 빵을 덮고 종이포일일로 감싸준다. 빵이 뚱뚱해지기 때문에 종이포일로 감싸줘야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제 반으로 갈라볼 차례. 가장 궁금하고 설레는 시간이다. 

노른자는 과연 반숙으로 됐을 것인가!!! 샌드위치의 단면은 잘 나올 것인가?

역시나 성공이다. 완벽한 색감이다. 집에서 혼자 먹기 아쉬울 정도다. 

홀그레인머스터드가 들어가서 더 맛있는 걸까? 아니면 샌드위치는 원래 맛있는 건가.

만약 결혼 안 하고 데이트하는 청춘이었으면 주말에 남자 친구를 생각하며 준비했을 것이다. 여성성을 뽐낼 때 도시락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정성까지 들어가 있으니 남자 친구가 놀랄 것이다. 

나도 예전 남자 친구가 있을 시절 김밥 여러 번 싸서 데이트한 적 있었다. 남자 친구들은 맛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김밥은 다 우리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 남자 친구 만나서는 내가 만든 척 여시처럼 연기를 했었다. 

오늘은 남자 친구 아닌 남편과 아이와 함께 클럽샌드위치 만들어서 데이트 가자고 해야겠다. 

데이트가 뭐 별 건가. 도시락 싸서 피크닉 나가면 데이 트지. 

날씨도 좋은데 가족에게 데이트 신청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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