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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23. 2024

초록의 향긋한 향기

바질김밥편

바질이라는 식재료를 이렇게 많이 써보는건 처음이다.재작년 쯤 주말 농장에서 상추,배추,그리고 바질을 심어봤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 아는 지인들에게 다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 바질 음식의 경험은 친구들과 브런치 카페에서 바질스파게티 먹었다.초록색의 스파게티 색이 좀 충격적이였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요즘은 대형 마트에 가면 바질 페스토도 손쉽게 구할수 있다.팔던데 손이 잘 가질 않는다. 저번 떡볶이 종류에 빠뜨렸는데 바질 떡볶이도 있다. 초록색이 식욕을 자극할까 싶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이번에 바질을 산 이유는 마르게리타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고 싶은데 바질이 꼭 들어가야 예쁠 것 같았다. 오늘도 욕망의 바구니에 식재료를 검색해서 가장 적은 양으로 구입을 한다. 마르게리타 피자 위에 바질은 고작 4 잎 정도 올라간다. 남아 있는 바질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과정을 볼 수가 없다.

바질을 많이 쓸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나 찾아보다 바질김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바질을 넣고 김밥을 만드는 것이다.  음식 중 김밥, 샌드위치, 비빔밥은 어떤 재료를 넣어 만들어도 웬만해서는 맛없을 수가 없는 음식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바질김밥도 실패가 없는 음식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레시피를 보니 앤쵸비라는 식재료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김밥 몇 줄 만들자고 앤쵸비를 구입할 수는 없고

앤쵸비를 대체할 만한 식재료가 뭘까 고민했다. 앤쵸비가 멸치나 청어를 절여서 만든 거라던데 그럼 집에 있는 멸치볶음으로 만들어볼까 싶었다. 김밥 중에 멸치볶음을 넣어 만드는 김밥도 있으니깐 말이다.

누구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아니라 내가 먹는 것이니깐 도전해 본다.


팩에 들어있는 바질을 꺼낸다. 뚜껑을 열 때부터 향긋한 향기가 기분 좋게 난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해 준다. 바질 양을 보니 두줄 정도 나올양이다. 나머지 재료들도 여기에 맞추면 된다.

김밥에 계란이 빠지면 섭섭하다. 다른 재료는 안 들어가도 계란은 넣어줘야 한다. 계란 2개를 꺼내 소금, 설탕을 넣고 계란말이처럼 말아준다. 계란이 얇게 들어가는 것보다 통통하게 들어가야 맛이 더 나는 법이다.

예전에는 계란말이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주부 9단이 되다 보니 어렵지 않아 졌다.

계란 요리는 급한 마음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 차분한 마음으로 약불로 살살 잘 말아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밥솥에서 밥을 꺼내 참기름, 소금, 깨를 넣어 비벼준다. 김밥을 많이 싸다 보니 밥에 간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뭐든 많이 해봐야 실력도 느는 것 같다.

밥솥에서 밥을 꺼내 참기름, 소금, 깨를 넣어 비벼준다. 김밥을 많이 싸다 보니 밥에 간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뭐든 많이 해봐야 실력도 느는 것 같다.

김밥용 김 위에 밥을 얇게 올리고  계란말이를 반으로 갈라 올려준다. 그리고 집에 있는 멸치볶음도 한 움큼 올려준다.

마지막으로 바질을 올리면 된다. 김밥치고 들어가는 재료가 몇 개 없다.

자 이게 돌돌 말아주면 되는데 김밥을 처음 만들어 보시는 분들은 김밥을 마는 게 어렵다고 느껴지실 것이다.

이것도 큰 기술이 있는 게 아니고 많이 하다 보면 잘 말게 되어있다.

나도 처음에 김밥 말 때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머리로 상상을 많이 했었는데 영양사 하면서 김밥을 100줄 이상씩 만들다 보니 김밥발이 없어도 잘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왕도가 없다.

많이 해보는 것 밖에는 말이다.


딱 2줄이 완성되었다. 김밥의 완성은 참기름이다. 참기름을 발랐냐 안 빨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진다.

집에서 제일 잘 드는 칼을 이용해서 살살 썰어본다. 안에 들어간 재료가 많지 않아 터질 염려는 없다.

동글동글 싱그러운 초록, 노랑의 김밥이 도마 위로 굴러 나온다. 완성된 김밥을 보니 기분이 다 좋다.

요즘 날씨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원에 나가보면 싱그러운 초록색들이 눈이 부시게 빛이 난다. 그 중간에 빨간 장미까지. 5월은 역시 계절의 여왕이 맞다.


바질 김밥덕에 한입에 바질을 왕 하고 먹어 보았다. 쌉싸름 한 맛이기도 하면서 먹을수록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단무지가 없지만 하나도 어색한 맛이 아니었다.

처음 만들 때 걱정했던 앤쵸비를 대신한 멸치볶음과의 조화도 좋았다. 김밥 위에 멸치볶음 더 올려서 먹었다. 색다른 김밥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김밥 재료보다 밥 많이 넣어서 퉁퉁하게 만든 울 엄마표 김밥, 우리 집 김밥이 제일 맛있다.

엄마가 시골에서 오면 바질김밥을 만들어 대접해 봐야겠다. 부모님은 생각보다 안 먹어본 음식이 꽤 많다.

이번에 오시면 딸표 김밥을 꼭 만들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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