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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26. 2024

내 손안에 레스토랑-토마토두부라자냐

전날 지방에 내려갔다 오느라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눈을 떴다. 집에 오는 기차 안에서 생리가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알람을 받았는데 대자연의 그날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 잠도 잘 안 오고 다리가 그렇게 아팠었나 보다. 잊지 않고 꼬박꼬박 생리하는 것도 행복한 것 같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생리를 불규칙하게 했었다. 왜 그런지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중요한 게 내 몸의 건강이었는데 나는 다른 것에 더 집중하느라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다. 타목시펜을 먹으면 폐경이 좀 빨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산부인과 선생님께서 한두 달 먹었다고 폐경되는 거 아니라고 염려 내려놓으라고 했음에도 나는 걱정이 많다. 

아무래도 새로운 생리증후군이 생긴 것 같다. 바로 '건강염려증'이다. 

유튜브에서 암에 대해 이것처럼 찾다 보니 재발했다. 전이했다는 영상부터 별 희한한 암까지 알고 싶지 않은 내용까지 알게 되었다. 무서운 알고리즘. 2차 수술하는 날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경험자들은 수술이 가장 간단한 것이라고 말한다. 수술할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한다. 

암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데 위로해 줄 수 있는 정도의 기수를 갖고 있어서 천만다행이고 한다. 걱정이 앞설 때는 감사를 찾으려고 한다. 감사의 마음이 넘칠 수 있도록 많이 찾아본다. 그러면 걱정과 염려로 불안했던 마음이 마음이 많이 가라앉게 된다. 불안한 마음은 정신건강에 좋을 리 없으니 조심하려고 한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큼 시간낭비는 없는 것 같다.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당장 오늘 점심엔 무엇을 먹어볼까?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서 냉장고를 연다. 

빨리 먹어 치워야 하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연두부 한팩이 눈에 띈다. 나는 두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인 것 같다. 두부로 한 요리 중에 두부구이만 그럭저럭 괜찮지만 두부조림, 두부찜등은 맛없다. 

가끔 드라마에서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에게 지인들이 두부를 먹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두부를 먹는 것도 아닌데 인상이 찡그려진다. '우웩, 저게 무슨 맛이야.' 양념이 안된 두부를 생으로 먹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부 말고 연두부는 절대 못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맛있는 간장 양념을 부어도 죽어도 못 먹겠다. 

그런 내가 연두부를 구입한 이유는 딸을 먹이기 위해서 이다. 

딸에게는 "가윤아 이것 봐 두부가 하트 모양인가 봐. 간장도 유자맛이 나는 간장인가 봐." 하면서 아이를 살살 꼬셨다. 딸은 나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구입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이도 한입 먹더니 못 먹겠다고 했다. 남은 두부는 신랑이 처리했고 하필 이게 2개가 붙어 제품이었다. (이런 건 1+1 안 해도 되는데 말이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라자냐를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떨어지지 않는 토마토.

토마토와 피자치즈, 그리고 연두부를 넣어서 만드는 간단한 음식이다. 




낮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 낮에는 뭐 해 먹어?"라고 물었다.

"나 오늘 토마토라자냐 해 먹을라고."라고 말했더니 "이야~ 건강식 아니야?"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걸로 배가 차?"라고 물었다. 이것만 먹는 게 아니라 빵에 찍어 먹는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도 수긍했다. 

친구가 인정한 건강식을 만들어보자.

토마토와 양파를 작게 썰어 올리브유를 둘러 볶아준다. 그리고 토마토소스 3 수저를 넣어준다. 

볶아준 소스를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연두부를 올려주고 다시 한번 소스를 넣고 

피자치즈 한봉을 올려 피자치즈가 녹을 만큼만 돌려주면 완성이다.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들어가서 맛이 괘 괜찮다. 두부의 맛은 특별히 많이 느껴지지 않아 먹기에 딱 좋다. 

통밀식빵 하나 구워서 빵에 찍어 먹어본다. 꽤 괜찮은 점심 식사이다. 먹으면서 생각한다. 통밀식빵 말고 바게트 빵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도 좋다고 했지만 유튜브 선생님들은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을 알려주신다. 특히 당이 많은 음식들 말이다. 가려먹으려고 하는데 습관이 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참 많은 선생님들이 있어 더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정보가 많아도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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