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 미정 May 28. 2024

감기에는 소고기미역죽

 요즘 기온차가 좀 크게 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감기 걸린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신랑도 결국 감기에 걸렸다. 목이 아파서 잠을 잘 못 잤다고 한다. 나와 아이는 이미 감기가 나았는데 신랑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회사 다닐 때 신랑이 아프다고 하면 당신만 아프냐며 면박을 줬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신랑이 이프 단말에 걱정되기도 하고 안쓰러운 감정도 생겼다. (회사 안 다니니 사람이 이렇게 바뀌었다.)

감기는 약도 중요하지만 쉬는 게 제일이다. 아이가 신랑 피곤하게 하지 않게 주의도 주고 영양식을 준비해야겠다. 냉장고를 보니 다짐 소고기가 있어 소고기미역죽을 만들어 봐야겠다. 죽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를 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불린 미역을 냄비에 담고 간장, 마늘, 참기름, 소금을 알맞게 넣어 볶아준다. 

부족한 간은 먹어보고 소금 정도 조금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간을 맞출 필요는 없다. 

요리라는 게 간이 중요한데 죽은 간 맞추는 게 개인이 알맞게 맞출 수 있으니 더욱 좋다. 

맨 먼저 미역을 한번 볶아줄 건데 미역을 볶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소고기미역 죽은 간단하게 말하면 미역국처럼 만드는 것인데 밥을 넣고 끓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닭죽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소고기미역죽도 꽤 괜찮다. 


죽도 참 종류가 많다. 특이하다고 생각한 죽은 낙지김치죽이다. 요즘은 아파서 죽을 먹는 게 아니라 맛있어서 먹는 것 같다. 낙지김치죽에 치즈를 추가해서 먹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 치즈를 한 번도 아니고 2-3번 추가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먹어봐야지 하면서 여태 먹어보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일 많이 들어온 선물이 본죽 선물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기프티콘으로 낙지김치죽을 꼭 먹어봐야겠다. 

살면서 몸이 아파 죽을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죽이라면 동짓날 팥죽, 삼복더위에 삼계죽 정도이다.  


아차차! 

밥을 넣기 전에 다짐 소고기를 먼저 볶았어야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핏물 뺀다고 키친타월 위에 올려두고 뭐가 급했는지 밥을 먼저 부었다. 

'에이 몰라~ 끊이면 다 똑같지 뭐.' 

고기를 익히는 건 물을 붓고 익혀도 충분하다. 이제 물을 부어준다. 

물은 1리터 

물이 반 이상 없어질 때까지 끓여주는 것이다. 냄비에 늘러 붙을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저어준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보글보글 끊이다 보면 색도 훨씬 진해지고 국물도 많이 날아가 걸쭉해진다. 

죽의 형태가 어느 정도 나오는 것이 보이게 된다. 그럼 완성된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략 20분이면 완성이다. 

죽은 많이 만들어두면 질려서 못 먹게 된다. 사실 모든 음식이 그렇긴 한데 두고두고 먹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밥 양을 많이 하면 낭패이다. 딱 한공기만 해도 충분하다. 

집에 있는 들깻가루 한 수저 넣고 먹기 전에 참기름 한 바퀴 둘러준다. 

음식은 자고로 눈, 코, 입으로 먹는 것. 신랑이 보자마자 맛있을 것 같다면서 한입 먹더니 

"너무 맛있다."라고 했다. 간도 심심해서 딱 좋다고 했다. 목 아플 때 딱이라면서 내일 아침에 회사 가기 전에 꼭 먹고 가야겠다고 했다. 늘 그렇듯 밤과 아침의 마음은 틀리다. 일찍 일어나지 못해 죽은커녕 부랴부랴 출근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아파도 신랑은 죽 끓여준 적도 없고 생일날 미역국도 끓여준 적도 없다. 무심한 남자였다. 이번 기회에 생색을 좀 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내 손안에 레스토랑-토마토두부라자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