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에 걸리고 우리 집에 2명의 이모님을 오시게 되었다. 좁아터진 집에 진짜 사람인 "이모"는 아니고 주부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식기세척기’와‘ 로봇 청소기’를 말한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몸이 좋지 않기도 했고 이제는 몸을 아껴 써야 한다고 느껴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가슴을 수술한 쪽이 하필이면 오른쪽이다. 수술하고 한동안 오른쪽 팔이 아파서 집안일은커녕 식탁에서 좀 멀리 있는 반찬은 집어 먹을 수도 없이 팔사용이 불편했다. 그런 내가 재활이 좀 될 때까지 모든 집안일은 신랑의 몫이 되었다.
퇴근하고 피곤할 텐데 신랑은 하루 종일 쌓여있는 설거지를 해야 했고, 그 외 청소까지 약 한달간 해야했다.
하루 종일 쌓여있는 설거지 통을 보고 "우리 집에 손님 왔어?"라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집안일 하는 한 달 동안 힘들었는지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를 사러 가자고 했다.
아프기전에 로봇청소기가 그렇게 좋데, 식기세척기 있으면 삶이 달라진다.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신랑은 듣질 않았다. 아니, 나에게 로봇청소기의 단점을 이야기했다.
"로봇청소기 깨끗하게 청소 잘 못한데, 구석에 들어가서 뱅글뱅글 돌고 있데."라는 쓸데없는 소리를 했었다. 그런데 본인이 한 달 동안 집안일을 해보니 장난 아니었나 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두 가지 모두 결재했다.
이 두 가지가 집에 들어오고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모르겠다. 사용해 본 사람들이 왜 이모도 아니고 "이모님".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얼마나 깨끗하고 꼼꼼하게 하는지 엉덩이가 있으면 두들겨 주고 싶을 정도이다.
로봇청소기는 주말에 대청소로 스트레스받는 우리 부부에게 쉼을 안겨주었다. 주말 외출할 때 로봇청소기에게 청소 맡기고 돌아오면 바닥을 보쏭 하게 청소를 아주 잘해둔다.
걸레까지 척척 빨아 두 번 손 갈 일이 없다. 대신에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잘할 수 있도록
큰 짐들은 정리해 둔다. 이렇게 기특한 로봇청소기에 이름을 지어줬다. 이름은 바로 "칸쵸"
동글고 귀엽다면서 칸쵸 먹고 있던 딸이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요리블로거여서 요리를 꽤 자주 해 먹는 편이다.
이제는 많은 설거지들이 쌓여도 부담이 없다.
한 시간이나 설거지를 하니 그릇이 얼마나 깨끗하겠는가.
손 설거지 하기 어려운 감자칼 사이사이를 얼마나 깨끗하게 씻어냈는지 새로 산 줄 알았다.
이모님 둘이 매일 해야 하는 귀찮은 청소들을 해주니 진짜 사람인 나는 그동안 쌓였던 묵은 때를 정리할 시간과 체력이 생겼다.
이모님들이라 불리는 기계들이 일 하는 동안 나도 뒤베란다 정리도 하고 현관문도 반짝이게 닦고 가스레인지 주위도 환풍기도 닦아준다. 점점 식기세척기와 로봇 청소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기계들이 우리의 일을 대신해주고 있지만 열정 넘치는 인간들은 쉬지 않는다.
다른 일을 또 찾아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쉬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