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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목시펜 6개월

by 송 미정

타목시펜을 먹은 지 6개월이 됐다. 사실 안 먹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유방암 수술 이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이 내려졌다. 타목시펜을 먹으면 여러 부작용들이 있다고 들어서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먹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타목시펜을 장기간 복용할 시 자궁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고, 생리가 끊길 수도 있다고 했다.

걱정하는 내 얼굴을 보고 "환자분은 나이가 많지 않아서 이런 일들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주치의가 괜찮다고 하지만 환자인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닥치지도 않은 일들이 약을 먹자마자 시작될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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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목시펜을 먼저 먹어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특히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요즘 모든 사람들의 노화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유방암에 걸린 것도 억울한데 약을 먹으면서 노화의 시간을 10년이나 당겨서 사용하는 것이 속상하다.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 손발부종, 질분비물, 성욕감퇴-(네이버검색)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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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목시펜 약을 복용한 지 한 달 후 다시 유방암 센터로 간다. 그동안 별일 없었냐는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고

부인과 협진 종이를 받고 부인과로 이동한다. 부인과에 사람이 많아서 당장 초음파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장 궁금한 나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우리 딸을 낳은 산부인과에 예약을 잡고 자궁내막 검사를 했다. 역시 별일 없었고,

산부인과에서 나오면서 '약을 딱 한 달 먹었는데 당연히 아무 일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목시펜은 장기 복용하는 약으로 5년에서 길게는 10년도 먹는다고 들었다.


그 후 5개월 후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라면 손에 부종이다. 저녁이 돼도 손에 부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넉넉하게 맞았던 오른쪽에 낀 반지가 꽉 맞는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는 분이 내 손을 보더니 타목시펜 때문에 부종이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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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게 왼쪽 손은 붓지 않는데 가슴을 수술한 오른쪽 손만 붓는다. 땀 흘리며 운동하면 부기가 좀 빠질까 싶어 열심히 달리고 땀 흘려도 오른손의 부종은 여전하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작용이 시작된 것인가 싶어 마음이 불안하다.


유방암 수술 후 정기검진 한 결과 들으러 병원에 방문했다.

이름이 불릴 때까지 대기석 의자에 앉아있는데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옆에 앉아 계신 유방암 환우분이 내 한숨 소리를 듣고 "떨리죠?"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기실 의자에서 만난 분은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유방암 수술받은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나처럼 정기검진 결과 들으러 온 것이라고 했다. 나처럼 무지 떨린다고 했다. 우리는 잠깐 사이에 마음을 나눴다. 그 여사님 보다 내 이름이 먼저 불려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신다.

"검진 결과 확인해 볼까요?"라며 컴퓨터 화면을 보신다.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선생님의 말을 기다린다.

"폐, 간, 뼈 이상 없다고 나오고요. 그리고 ,피검사 수치 빈혈도 이상무, 가슴엑스레이도 특이사항 없음 이네요." 백점 성적표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런 기분일까 싶다. 꺄악! 하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행복했다.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니 정신을 부여잡고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을 한다.

수술한 부위 겨드랑이 쪽이 아직도 남의 살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언제까지 이렇냐고 물어봤다.

"수술을 하면서 작은 신경들도 다 잘려 나가는데, 돌아올 수도 있고 신경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구나...' 싶어 속상했다.

마음속으로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질문들은 다 하지도 못하고 떠밀리듯 밀려 진료실에서 나왔다. 주치의 선생님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좋은 성적표를 받고 나와 의자에 대기하는 여사님에게 "저 다 괜찮데요. 여사님도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긴장된 젖은 손을 잡아 드린다.

병원에서는 손잡아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 결과는 오롯이 내가 받아들여야 하지만 떨려하는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으면 큰 위로가 된다.


오늘 아침에 어김없이 타목시펜 먹을 시간이라는 알람이 울린다.

매일 같은 시간에 빠짐없이 정성껏 먹는다.

6개월 후에도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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