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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ug 28. 2024

타목시펜 6개월

타목시펜을 먹은 지 6개월이 됐다. 사실 안 먹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유방암 수술 이후  먹어야 한다는 처방이 내려졌다.  타목시펜을 먹으면 여러 부작용들이 있다고 들어서 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먹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타목시펜을 장기간 복용할 시 자궁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고, 생리가 끊길 수도 있다고 했다. 

걱정하는 내 얼굴을 보고 "환자분은 나이가 많지 않아서 이런 일들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주치의가 괜찮다고 하지만 환자인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닥치지도 않은 일들이 약을 먹자마자 시작될까 두려웠다. 

타목시펜을 먼저 먹어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특히나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요즘 모든 사람들의 노화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유방암에 걸린 것도 억울한데 약을 먹으면서 노화의 시간을 10년이나 당겨서 사용하는 것이 속상하다.

타목시펜의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 손발부종, 질분비물, 성욕감퇴-(네이버검색)라고 나온다. 

타목시펜 약을 복용한 지 한 달 후 다시 유방암 센터로 간다. 그동안 별일 없었냐는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고 

부인과 협진 종이를 받고 부인과로 이동한다. 부인과에 사람이 많아서 당장 초음파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장 궁금한 나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우리 딸을 낳은 산부인과에 예약을 잡고 자궁내막 검사를 했다. 역시 별일 없었고, 

산부인과에서 나오면서 '약을 한 달 먹었는데 당연히 아무 일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목시펜은 장기 복용하는 약으로 5년에서 길게는 10년도 먹는다고 들었다. 


그 후 5개월 후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라면 손에 부종이다. 저녁이 돼도 손에 부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넉넉하게 맞았던 오른쪽에 낀 반지가 꽉 맞는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하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는 분이 손을 보더니 타목시펜 때문에 부종이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이한 게 왼쪽 손은 붓지 않는데 가슴을 수술한 오른쪽 손만 붓는다. 흘리며 운동하면 부기가 빠질까 싶어 열심히 달리고 흘려도 오른손의 부종은 여전하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작용이 시작된 것인가 싶어 마음이 불안하다. 


유방암 수술 후 정기검진 결과 들으러 병원에 방문했다. 

이름이 불릴 때까지 대기석 의자에 앉아있는데 앉으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 나왔다. 

옆에 앉아 계신 유방암 환우분이 내 한숨 소리를 듣고 "떨리죠?"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대기실 의자에서 만난 분은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 유방암 수술받은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나처럼 정기검진 결과 들으러 온 것이라고 했다. 나처럼 무지 떨린다고 했다. 우리는 잠깐 사이에 마음을 나눴다. 그 여사님 보다 내 이름이 먼저 불려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신다. 

"검진 결과 확인해 볼까요?"라며 컴퓨터 화면을 보신다.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선생님의 말을 기다린다. 

"폐, 간, 뼈 이상 없다고 나오고요. 그리고 ,피검사 수치 빈혈도 이상무, 가슴엑스레이도 특이사항 없음 이네요." 백점 성적표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런 기분일까 싶다. 꺄악! 하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행복했다.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니 정신을 부여잡고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을 한다. 

수술한 부위 겨드랑이 쪽이 아직도 남의 살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언제까지 이렇냐고 물어봤다. 

"수술을 하면서 작은 신경들도 다 잘려 나가는데, 돌아올 수도 있고 신경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구나...' 싶어 속상했다.

마음속으로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질문들은 다 하지도 못하고 떠밀리듯 밀려 진료실에서 나왔다. 주치의 선생님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좋은 성적표를 받고 나와 의자에 대기하는 여사님에게 "저 다 괜찮데요. 여사님도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긴장된 젖은 손을 잡아 드린다. 

병원에서는 손잡아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 결과는 오롯이 내가 받아들여야 하지만 떨려하는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있으면 큰 위로가 된다. 


오늘 아침에 어김없이 타목시펜 먹을 시간이라는 알람이 울린다. 

매일 같은 시간에 빠짐없이 정성껏 먹는다. 

6개월 후에도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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