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과 유방암
유방암 수술을 하고 가장 아픈 곳은 '가슴'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가슴보다는 수술한 오른쪽 팔이 아파서 며칠을 진통제를 맞았었다.
오죽하면 옆에서 간호하던 신랑이 가슴이 아닌 팔로 잘못 수술한 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도 했었다.
팔이 아픈 것은 겨드랑이 쪽 림프절에 전이가 됐을까 봐 검사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수술할 동안(약 6시간) 팔을 위로 뻗고 있어서 아팠던 것 같기도 하다.
퇴원 후에도 팔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어 불편함을 느꼈었다. 팔의 고통이 서서히 줄어들고 나니 매일 아침 드레싱 할 때 푹 꺼진 가슴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요즘은 의술이 좋아져 금방 신경이 없는 새로운 가슴을 갖게 되었다.
왼쪽과 다른 느낌의 가슴.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특히 누워 있으면 가슴이 꽉 눌리는 듯, 아주 답답했다. 똑바로 누울 수 없어 쿠션을 머리 위로 높게 쌓아 두고 기대어 잠을 잤었다.
림프순환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아프고 나니 정말 그렇다. 림프가 순환이 되지 않으면 가슴이 뻐근하고 팔도 더 아팠다.
겉모습은 예전의 나와 똑같아 사람들은 내가 유방암 환자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 (이 부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수술 후 걷는 게 몸 회복에 좋다는 것을 느끼고 퇴원 후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걸었다. 걸으면 생각도 정리되고 무엇보다 붓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에 열심히 걸었다.
또 걷는 것이 체중감소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만보 걷기를 3달 동안 꾸준히 해봤다. 그 후 몸무게를 확인했는데. '헉'. 단 1킬로도 빠지지 않았다.
유방암 환자는 살찌는 것이 가장 안 좋다고 하는데. 운동 방법을 바꿔봐야겠다 싶어 요가를 다니기로 했다.
요가를 하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엎드려서 하는 요가 동작이었다.
가슴 수술을 한 후 나는 딱딱한 바닥에 잘 눕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엎드리는 건 절대 못한다.
그래서 엎드리는 동작을 할 때는 나만 가슴을 바닥에서 떼고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지 못했다.
(물론 엎드려도 된다고 한다.) 수술 후 요가도 제약이 있고... 무슨 운동을 할까 하다. MZ들이 달리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나도 달려보기로 했다. '유방암 수술한 내가 뛰어도 될까?' 걱정이 되었다.
'천천히 달리면 되겠지. 하다 불편하면 그만 두면 되지' 싶었다.
3분 뛰고 1분 걷는 인터벌러닝 운동을 했다. 뛰다 보니 역시 가슴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았다.
신경이 전혀 없는 오른쪽 가슴이 쏴~~ 한 것 같기도 하고 뻐근한 것 같기도 했다.
여하튼 기분은 썩 좋지는 않았다. 온 신경이 가슴으로만 가있었다.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끝나고 공원에서 러닝 하기 좋은 가을이 왔다. 지금은 뛰어도 전처럼 가슴이 뻐근한 기분 나쁜 느낌은 사라졌다.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좋아진 것이다. )
걸을 때보다는 숨이 많이 차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원 2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뛰고 나면 땀이 나 입고 있는 티셔츠가 다 젖지만 그것처럼 보람된 일도 없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달리는 일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깐 별것도 아니었다.
"내년에 5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볼까 봐."라고 나의 다짐을 말하니. 콧방귀를 뀌는 신랑이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직장도, 나의 커리어도, 그리고 건강까지 모두 다 잃어버린 줄 알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가엾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술 후 열심히 걷고 뛰다 보니 2km나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아침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슬로모닝을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지금 행복을 진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