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그리고 후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by 송 미정

이 사건은 라면을 끓이면서 시작되었다.

어제저녁, 딸이 말했다.
“엄마, 나 내일 저녁에 꼭 라면 끓여줘.”

안 된다고 하면 투정을 받아줄 체력이 없어서, 나는 결국 “알겠어.” 하고 대답해 버렸다.

퇴근하고 딸이 올 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라면을 끓여 준비했다.

오자마자 먹을 수 있도록 나는 매번 시간 맞춰 상을 차려두는 편이다.

그런데 올 시간이 10분이나 지났는데 아이가 오지 않았다.

핸드폰에 알람이 왔는지 확인하다 잠시 후 번뜩 생각이 났다.

오늘은 학원 두 개를 갔다 오는 날이었음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조리된 라면은 한 시간이 지나면 다 풀어서 먹지 못한다.

'이거 그냥 버려야 하나...'하고 잠시 고민했다.

딸을 기다리면서 양배추 전으로 간단하게 나의 저녁을 해결했는데 식탁에 계속 남아있는 라면이.

라면 냄새가 자꾸 나를 불렀다. 그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한입만 먹을까? 아니야 그냥 버리고 새로 끓여주자.' 싶다가 '버리는 건 너무 아깝잖아. 오늘만 먹을까? 아니야. 그러면 열심히 식단 한 게 아깝....'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내 마음과 달리 젓가락은 라면으로 들어갔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천히 먹어도 되는데 허겁지겁 라면을 먹다

문득 다 먹는 건 진짜 양심 없다 싶어 조금 남겼다.


이날 이후로 힘들게 빠진 500그람이 다시 리셋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 일기고 뭐고 다 쓰기 싫어졌다.

며칠간은 식단과 운동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화장실도 잘 가지 못해 체중계에 오르기가 두려웠다.

목요일은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라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된다. 몇 시간 동안 앉아만 있어서 힘들어도 운동했다.

금요일은 딸이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소고기 샤부샤부로 식단 잘해놓고는 치킨 한 조각까지 먹었고

토요일, 일요일은 블로그 협찬 외식을 했다.

몸이 가벼워졌던 며칠 전과 달리, 지금은 눈바디조차 엉망인 느낌이다.

살이 찐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고칼로리 음식이 먹고 싶다.

햄버거, 냉동실에 들어있는 마카롱, 스타벅스 녹차라테, 소금빵에 티코 넣어서 아작하고 깨물어먹고 싶다.


다이어트는 결국 음식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협상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오늘은 라면 한 그릇 앞에서 졌지만, 내일은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는가. 멀리 보고 일희일비하지 말자.



<금요일 아침>

사과+땅콩잼, 구운란 1개


<점심>

일반식


<저녁>

소고기샤부샤부, 오징어만두 4개, 황금올리브 1조각


운동 없음


<토요일 아침>

사과+땅콩잼, 키위 1개, 구운란 1개


<점심>

마제소바, 아메리카노, 멜론케이크


<저녁>

없음


홈트 10분, 만보 걷기


<일요일 아침>

CCA샐러드, 프렌치토스트 1장


<점심>

족발, 보쌈, 막국수


<저녁>

없음


만보 걷기. 스쾃 30개, 윗몸일으키기 100번



작가의 이전글초콜릿도 라면도 아닌, 간장계란밥을 참는 다이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