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몇 킬로처럼 보여?

우리 과거는 묻어두기로 해요

by 송 미정

일요일 아침,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요일 정오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늘 마음속으로는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보내야지” 다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이 자면 피로가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이 더 붓고 찌뿌둥하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단식을 하게 되었다. 이거 완전 러키비키 아닌가.
어제 고칼로리 외식을 한 탓에 저녁을 굶었고, 오늘은 12시가 되어서야 첫 끼를 먹게 되었다.
밥 먹기 전 체중을 재보니, 300그램이 줄어 있었다.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고작 300그램.

점심 한 끼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거대하게 먹고 싶은 걸 다 먹었다.
그렇게 먹고는 앉고 눕고, 또 앉고 눕고… 하니 소화가 되지 않았다.
며칠째 화장실도 못 갔고, 배가 더부룩해서 신랑과 함께 밤산책을 나섰다.

어제까지만 해도 반팔 입어도 시원했는데, 오늘은 갑자기 추워졌다.

"더울 때는 덥다고 나오기 싫고 추울 때는 춥다고 운동하기 싫네" 하면서 공원으로 걸어갔다.


“오빠, 어제 점심 한 끼 먹고 체중 재봤는데 얼마나 빠졌을 것 같아?”
나를 잘 아는 신랑은 “100그램?”이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유방암 약 부작용 때문일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그럼 오빠가 보기엔 나 몇 킬로 같아?”
신랑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 실제 체중보다 2킬로 적게.
다행히 겉보기엔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아 보이나 보다.


나는 8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4킬로를 감량했다.
하지만 신랑은 여전히 내가 100~200그램 왔다 갔다 하는 줄만 안다.
4킬로 빠졌다고 말하면, 그전 체중이 공개되니까.
그래서 목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는 비밀로 해두기로 했다.


매일 거울 앞에 서면, ‘아직도 티가 안 나나?’ 싶다.
가족들은 매일 보니까, 변화가 미세하면 잘 느끼지 못한다.

올해가 끝날 무렵이면, 신랑이 말한 그 숫자가 내 진짜 체중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날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10년 전, 아이를 낳고 나서
“이제 3킬로만 빼면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겠네.”라며 그때도 그 3킬로를 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3킬로는 세월을 먹고 자라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돌아오지 않는 과거를 후회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는 법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배고파도 참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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