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땐 고기말고 떡볶이 앞으로
며칠 전부터 모든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우울했다.
무엇을 해도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았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울할 땐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가족들 밥까지 대충 먹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몇일전부터 먹고 싶었던 고등어김치찜을 만들기로 했다.
냉동이 아닌 생물 고등어를 사고 싶어 신랑과 재래시장으로 걸어갔다.
20분 남짓한 거리. 걸어가는 내내 “네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하며 투닥거리지만,
결국 우리는 팔짱을 낀 채 걸었다.
신랑은 당 걱정을 하면서 시장만 가면 떡볶이, 순대 같은 군것질이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런 신랑이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시장의 활기와 사람 냄새가 오랜만에 기분을 들뜨게 했다.
떡볶이집이 보이자 신랑보다 내 눈이 더 반짝였다.
‘떡볶이만 먹을까, 순대도 같이?’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집에가서 밥 먹어야 하니까 떡볶이만 먹자”고 신랑이 말렸다.
쌀떡, 밀떡, 어묵이 어우러진 떡볶이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우울함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한입 먹을 때마다 “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참았던 떡볶이의 맛,
그걸 다시 입안에 느끼니 그동안의 답답함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데 신랑이 물었다.
“우울해서 떡볶이를 먹은 거야?”
내가 어제도, 오늘도 우울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또 묻는다.
“시장 갔다가 떡볶이 먹으니 기분이 좀 좋아지더라”고 하자
신랑은 이렇게 말했다.
“떡볶이 때문이 아니라, 나랑 같이 걸으면서 얘기해서 기분이 풀린 거야.”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어쩌면 신랑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장 가는 내내 신랑에게 잔소리하며 스트레스를 다 풀었으니까.
그래, 신랑 때문이면 어떻고, 떡볶이 때문이면 어떻겠나.
우울함이 사라졌다면 그걸로 된 거다.
어제 쓴 글에 정성스런운 댓글을 읽었다. 아침에 브런치 작가님이 남긴 댓글을 읽었다.
“작가님의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에요.” 그 한 문장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가 투정 부릴때 마다 신랑은 말한다.
“나는 현실을 위해 사는데, 당신은 꿈을 향해 공부하니 부럽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꿈’이라는 비현실적인 것을 붙잡기 위해 허공에 손짓하는 기분이었다.
꿈을 이루면 행복할까?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만족할까?
잠시 행복하겠지만, 또다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결국 행복은 꿈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작고 잔잔한 기쁨에 있었다.
나는 그걸 잠시 잊고 있었다.
아마도 요즘 우울했던 이유는 맛있는 걸 참느라,
나를 너무 억눌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떡볶이 한입에 다이어트 속도는 조금 늦춰졌을지 몰라도,
행복한 마음을 되찾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의 결론 — 우울할 땐 떡볶이 한입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