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음식
점심을 먹으며 무심코 쇼츠를 넘기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에서 손이 멈췄다.
금명이가 영범과 헤어지고 엄마 밥을 먹으러 집에 돌아온 장면이었다.
밥때가 지났음에도 애순이는 밥을 새로 짓고, 관식이는 집이 추울까 봐 난로부터 켠다.
“너 올 줄 알고 장조림을 한 솥 해뒀다.”
메추리알도 하나하나 까서 만들었다는 그 말에, 문득 유방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내 시간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아빠의 도시락 반찬을 챙겼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할머니 반찬까지 준비했다.
운전면허가 없던 엄마는 무거운 반찬통을 늘 이고 지고 옮겼다.
그 모습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에 “병원 올 때 반찬 안 가져와도 돼.”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역시나 여러가지 반찬을 챙겨 왔다. 그리고 그 반찬을 한입 먹는 순간, 알게 됐다.
내가 입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는 걸. 드라마 속 애순이처럼, 우리 엄마 아빠도 병원에 있는 딸을 위해 그렇게 밥을 지어왔던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음식에 담긴 마음이 전해져, 밥을 먹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며칠 전, 항암치료를 마친 형님과 통화를 했다.
“이제는 밥은 좀 드세요?,매운 건 아직 힘드시죠?”라는 물음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차라리 얼큰한 게 더 잘 넘어가.”라고 말이다.
전화를 끊고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다.
그러자 엄마는 이번에 담근 김장김치를 형님에게 보내자고 했다.
“너도 병원에 있을 때 입맛에 맞는 반찬 먹고 기운 차렸잖아.
네 형님도 입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이 김치 먹고 얼른 회복하면 좋겠네.”라며 한통을 싸주셨다.
형님 얼굴도 볼겸 김장김치를 싣고 형님 댁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만난 형님은 안색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반가운 마음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며칠 뒤 형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집까지 김치 배달해줘서 고맙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해달라는 내용이였다.
그 문자를 읽는 순간, 내가 다 배부른 기분이 들었다.
메추리알 장조림 한 숟갈, 김치 한 포기에 담긴 마음은 아픈 사람에게 말보다 먼저 닿는다.
그날 병실에서 느꼈던 온도처럼 지금도 나는 음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때 엄마 반찬으로 내가 힘을 냈던 것처럼 형님도 그 김치로 조금은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