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체중
우리 집 체중계의 비밀을 알아냈다.
우리 집 체중계는 건전지를 넣는 전자식이다.그런데 저울과 다르게 전자식 체중계는 재는 곳 마다 체중이 다르게 나오는것을 알아냈다. 아침에 늘 거실에서 체중을 재고 평일 아침에는 늘 거실에서 체중을 잰다.
주말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가족들이 내 체중을 굳이 알 필요는 없으니까, 체중계를 안방으로 옮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말에는 더 먹는데 체중이 덜 나온다. 그래서 주말 아침은 늘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장소마다 다른 건 아니겠지?’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안방에서 한 번, 거실에서 한 번 체중을 재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안방에서 잰 체중이 무려 400그램이나 적게 나왔다. 나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주말마다 괜히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더 웃긴 건 거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쪽 바닥에서는 체중이 늘고, 조금만 옆으로 가면 줄어든다. 정확한 체중을 알 수 없는 상황. 1킬로도 쉽게 빠지지 않는 나에게 400그램의 차이는 하루 기분을 좌우할 만큼 꽤 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신건강을 택하기로 했다.
안방에서 가장 체중이 적게 나오는 지점을 표시해 두고, 앞으로는 그곳에서만 체중을 재기로 마음먹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도 결국 1킬로를 빼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정체기가 온 걸까 싶었지만, 나를 조금만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운동을 하지 않았고, 식단도 열심히 하지 않았고, 배출도 잘 되지 않았다.
춥다는 이유로 운동을 미뤘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계속 먹었다.
더 먹고 덜 움직였으니 살이 빠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건 정체기가 아니라, 내가 그냥 멈춰 있었던 거다. 오히려 더 찌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체중을 재보니 100그램만 줄이면 목표 달성였다.
오늘 아침 ‘최적의 장소’에서 재본 체중은 오히려 800그램이 늘어 있었다. ㅜㅜ
이번 달이 이제 3일도 채 남지 않았으니, 이번 달 목표도 이렇게 마무리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래도 더 안 쪘잖아.”
내가 원하는 다이어트는 결국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다.
결과는 느리게 나타나더라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믿는다.
내년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식단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내년을 계획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감사한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다른 건 몰라도 무조건 건강만 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