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실패하는 새해 다짐을 다시 생각했다

노인과 바다, 캐스트 어웨이를 통해

by 송 미정

며칠전 10년 전쯤에 다짐을 쓴 a4용지를 발견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a4용지의 색도 바랬다.

내용은 <엄마의 다짐>이라는 타이틀로 1-3까지 적혀있었다.

첫 번째-영어공부

두 번째-다이어트

세 번째-가족들에게 다정하기 말하기

나의 다짐뿐 아니라 신랑의 10년 전 새해 다짐도 있었는데 역시나 그놈의 영어공부와 다이어트가 적혀있었다.

새해에 늘 빠질 수 없는 계획에는 영어공부, 다이어트와 독서이다.

벌써 몇 년째 똑같은 다짐은 하는데 하나도 제대로 이뤄보지 못한 것 같다.

지키지도 못하는 다짐은 매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영어공부, 다이어트, 독서로 신년계획을 세웠다.

1월이 지나기 전에 고전책 한 권은 꼭 읽고 싶어서 아주 얇은 노인과 바다를 선택했다.

노인이 바다에서 낚시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내심 '무지 지루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몰입감이 있었다.

노인이 힘들게 잡은 고기를 행여 놓칠까 책 읽는 동안 마음이 두근거리고 도대체 얼마나 큰 고기 일까 궁금해 뒷부분부터 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잡은 노인의 고기를 상어가 뜯어 먹을 땐 나까지 속상했다.

게다가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노인은 상어와 맞서 싸우지만 결국 고기 살을 다 내어주고 뼈만 남은 고기를 매달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헤밍웨이가 소설에 쓴 노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느껴졌다.

노인의 모습처럼 사실 별게 없다.

만약 노인이 만선을 해서 돌아온다면 그것은 드라마일 것이다.

대박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보다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극한의 상황에서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노인은 끝까지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짧은 내용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역시 명작은 다르구나 싶었다.

또 하나 명작이라고 불리는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가 노인과 바다 책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다 탈출하는 내용이다.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노인과 바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모두 포기하지 않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새해를 맞이하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다이어트가 정체기에 머물 때마다 '포기만 하지 말자'라고 적었고, 과거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5km를 처음 뛸 때 느꼈던 절실함과 닮아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마다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만 말자고 이를 악물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았기에 완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책날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뼈만 남은 물고기를 끌고 돌아온 노인의 뒷모습이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과정에 후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나의 다짐도 작심삼일로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삼일을 일 년에 백 번 반복한다면, 그것 또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올해는 결과보다 '포기하지 않는 과정' 그 자체를 사랑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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