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놈의 다이어트
체중이 몇 달째 멈춰 있다.
움직이지 않는 숫자를 다시 흔들어보고 싶어, 요즘 유행한다는 올레샷을 먹어보기로 했다.
얼마나 먹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 1월 1일부터 매일 아침 공복에 챙겨 먹고 있다.
다이어트에는 식단도 중요하고, 운동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걸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바로 배출이다.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덜 먹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자마자 생긴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이 편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이틀에 한 번도 시원하게 보지 못한다. 잘 배출되어야 살도 빠질 텐데,
그게 잘 안 되니 체중도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서 변비에 좋다는 올레샷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 뱃살이 빠졌다, 피부가 좋아졌다, 변비가 해결됐다는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한 큰술에 레몬즙을 같은 양으로 넣어 한 번에 쭉 마신다.
생각보다 역하지 않고, 레몬 덕분에 상큼하게 넘어간다.
오늘로 올레샷을 먹은 지 2주.
그런데 변비에 도움이 되는 건지, 체중에 도움이 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변화가 없으니 ‘양을 늘려야 하나’ 하는 고민도 생긴다.
다만 하나 느끼는 점은 있다.
올레샷을 먹으면 공복 시간을 비교적 편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예전 다이어트 때는 아침을 꼭 먹었다.
하지만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의 다이어트는 아침 시간을 길게 공복으로 둔다.
안 먹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됐다. 배가 고프지 않다고 느끼는 게 정말 덜 고픈 건지,
그냥 익숙해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은 참 잘 적응한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죽겠는데, 그 시간을 넘기고 나면 어느 순간 습관처럼 굳어진다.
요즘 살이 찐 느낌이 들어 체중계에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숫자를 확인했다.
어…아....ㅠㅠ 역시나 체중은 그대로였다.
처음 보는 숫자가 나올 것 같아 괜히 설렜는데,
역시나였다.
‘화장실만 다녀오면 빠질 거야.’
‘배출만 되면 정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긍정회로를 열심히, 아주 열심히 돌려본다.
그래도 안 찐 게 어디냐 싶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지금보다 살을 더 빼려면 지금보다 덜 먹어야 한다.
덜 먹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다이어트는 참 힘들다.
다이어트는 나를 많이도 시험한다.
붉은말의 해 2026년 1월에는
답답한 정체기가 풀리고 힘차게 달리는 말처럼 멈춰 있는 숫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여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