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세상이 나를 억까할 때

by 송 미정

하루 종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그런 날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크지는 않지만 열받는 일들이 소소하게 계속 일어나는 하루였다.


이날은 유방암 정기 검진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역시나 병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차장 들어가는 줄부터 심상치 않았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병원으로 들어가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2년이나 됐지만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6개월 전에는 더 무서워서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괜찮을 거야.'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검사한 결과지를 하나씩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신다.

인사 후 선생님이 말씀하는 그 순간부터 손을 꼭 모은다.

"뼈스캔 결과 이상 없고. 그런데 환자분 난소에 혹이 있다는 말 들은 적 있어요?"라고 물으셨다.

놀래 자빠질 뻔했지만 "아니요. 난소에 혹이 있어요?"라고 하면서 머리에서 삐~~~ 소리가 울리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신이 없었다.

"유방암에 의해 생긴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부인과 협진 넣었는데 잘 받고 있죠?"라고 물으셨다.

"네. 1월에 검사했는데 아무 이상 없다고 전원 하라고 서류 챙겨주셨어요. 그 혹 문제 있는 건가요?"

"제가 보기에는 물혹 같이 보이긴 하는데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셨다

나가면서 부인과 예약을 다시 잡고 가라고 하셨다.

'아니 1월에 깨끗하다고 했는데 2월 정기검진할 때 혹이 생겼다고? 기막혀라.'싶었다.

정기검진 일주일 후 나는 생리를 하고 있었다. "생리하고 연관이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어야 하는데

이미 멘털이 나간 후라 그런 건 물어보지도 못하고 떠밀리듯 나왔다.

주치의 선생님은 유방암에 관련된 나머지 검사들은 모두 괜찮다고 했다.

유방암 관련 나머지 검사들에서 이상 없다는 말에 감사해야 하는데 난소에 혹이 있다는 말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100점의 성적표를 가져올 것이라는 자만함이 있었던 것 같다.

유병자가 당연히 이상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머피의 법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빵을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타필드에 유명 유튜버가 하는 소금빵집이 입점했다고 해서 소금빵을 사러 갔는데 늦은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모두 솔드아웃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소금빵 말고 저번에 먹은 맛있는 못난이 약과를 사야겠다 하고 갔는데 약과는 없고 그 자리에 다른 음식점이 들어와 있었다. 진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우울해서 빵 좀 사 먹으려고 했는데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런 것도 내 맘대로 안된다는 말이야 싶어 화가 났다. 우울감은 눈덩이의 점점 커져 화로 변했다. 짜증 나고 화나는 마음을 괜히 가족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빵이 안되면 과자가 있다.

다이어트한다고 과자 안 먹었는데 과자까지 안 먹으면 화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맛있다고 소문이 난 촉촉한 황치즈가 생각이나 편의점으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촉촉한 초코칩만 잔뜩 있지 내가 원하는 황치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게 먹고 싶어서 간 거라 다른 과자들은 먹고 싶지도 않았다. 먹고 싶은 의지는 강해 포기 하지 않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동네 편의점을 다 돌았다.

하지만 촉촉한 황치즈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나는 소금빵도 약과도 과자도 먹지 못했다.

이날은 진짜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난소에 혹이 있질 않나. 평일인데도 소금빵이 솔드아웃 되질 않나,

그깟 과자 하나도 마음대로 사 먹지 못하는 날이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에 기막혀 또 화가 펑하고 터졌다.

내 화로 인해 집안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다음날 찾아보니 소금빵은 평일날도 웨이팅이 어마어마해서 아침에 가지 않으면 사 먹기 어려운 빵이었고

촉촉한 황치즈는 품절 대란까지 나는 과자라고 뉴스에 까지 나왔다.

알고 보니 소소한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날의 나는 병원에서 들은 한마디에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고, 그래서 작은 일들도 모두 나를 괴롭히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유방암 관련 검사들은 모두 괜찮다는 말을 들었던 날이었다. 감사해야 할 일은 분명 있었는데, 나는 또 그걸 보지 못했다. 어린아이처럼 예민하게 굴었던 날이었다.

나이에 맞게 넉넉한 마음을 갖고 싶다. 진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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