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만난 이들에게
매년 ‘암 예방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내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매년 약 3만 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겨난다. 특히 40~50대 여성에게 집중된 이 질환은, 이제 누군가의 특별한 불행이 아니라 우리 곁의 보편적인 건강 문제가 되었다.-국가암지식정보
나의 첫 신호는 속옷에 묻은 분비물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동네 병원에서 들은 "C코드같다"는 말. 그 한마디에 나는 유방 전문 외과로, 다시 조직검사를 거쳐 3차 병원 수술대로 숨 가쁘게 옮겨졌다.
갑작스러운 진단 앞에 혼란스러울 분들을 위해,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이로서 몇 가지 현실적인 팁을 전하고 싶다.
첫째, '명의'보다 중요한 건 '나의 상황'이다. 흔히 '빅5' 병원과 유명 교수를 찾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유방암 치료는 생각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수술 후에도 항암, 방사선, 재활, 부인과 협진 등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어야 한다. 집에서 가까운 믿을 만한 대학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체력적, 심리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또한 유방암은 여러 과의 협진으로 이루어지기에 주치의 한 명에게 매몰될 필요는 없다.
둘째, 과도한 검사 쇼핑은 독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병원을 도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에게 검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특히 좁고 시끄러운 기계 안에 엎드려 견뎌야 하는 MRI나 뼈 전이 검사는 폐소공포증이 없더라도 괴로운 일이다. 처음 조직검사를 한 병원의 '슬라이드'는 유일무이한 자료이므로, 이를 잘 챙겨 신뢰할 수 있는 병원 한 곳에 치료를 맡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암 경험자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는 '재발'과 '전이'다. 이를 막기 위해 내가 선택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활습관, 그중에서도 '식단'을 바꾸는 것이었다. 명색이 영양사인 나는 나를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단순히 "뭐가 좋다더라"보다는 왜 좋은지를 파고들었다. 암의 촉진 단계에서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양배추, 마늘, 양파, 현미 등이 필요하고, 진행 단계에서는 암세포 억제를 돕는 콩(제니스테인)과 포도(레스베라트롤)가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참고
요즘 내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토마토 계란 두부 볶음’이다. 노릇하게 구운 두부와 부드러운 달걀스크램블, 그리고 올리브유에 볶아 라이코펜 흡수율을 높인 토마토를 섞으면 영양 가득한 한 끼가 된다. 저염으로 간을 맞춰 담백하게 먹다 보면, 내 몸을 바꾸는 힘은 결국 매일 먹는 식재료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암 선고를 받으면 누구나 "내가 뭘 잘못 살았을까"라며 과거를 뒤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정답은 없다. 암은 그저 길을 걷다 만나는 사고처럼 찾아올 뿐이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탓하며 귀한 시간을 눈물로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그 긴 긴 밤과 수술 전의 막막함을 나도 안다. 어떤 위로도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나는 반드시 이겨내고 다시 건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는 것 자체가 치료의 시작이자,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나를 위해 건강한 식탁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