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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아작가 Mar 28. 2022

[sua브런치#4]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는 실패와 상관없이 도전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어릴 적 주변 사람들이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어땠는지 생각해보자.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우리가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설명해주셨는가?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 ‘네가 제대로 잘하는 일이 어디 있기나 하니?’와 같이 질책을 하였는가? 아니면 ‘괜찮아’, ‘다시 한번 해보자’와 같은 격려를 해주었는가? 말로는 격려를 해주는 듯하지만 온몸으로 표현하는 질책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는가?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실패를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 대부분은 태어나고 자라온 가정환경, 성장과정, 사회에서 주입된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외동의 경우, 조부모의 기대가 높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신에 대해 실망하여 사랑이 줄어들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아들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드럼 연주를 좋아하고 버스킹을 즐기지만 어린 시절 가장 싫어하고 힘들어했던 과목이 음악이었다. 유치원 음악시간에는 난타와 사물놀이를 주로 했다. 악기를 신나게 두드리는 시간이어서 많은 아이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아들은 음악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가서 끝날 때쯤 돌아왔다. 어떤 날은 수업에 참여하기 싫어 머리가 아프다며 교실에 누워 있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다른 시간에는 독보적인 자신감과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음악시간만큼은 소극적이면서 회피하려고 했다. 몇 번 달래기도 하고, 담임선생님도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졸업할 때까지 음악 시간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당시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나는 많은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런 만큼 원장 아들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 기대로 인하여 어느 순간 아이가 잘되면 부모인 내가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아이가 실패하면 마치 나의 실수인 것처럼 여기며 창피해했다. 아이의 실패는 곧 부모로서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부모들은 자신과 자녀를 동일시 여기면서 실패했을 때는 그냥 무시하거나 덮어두고 가려고 한다.     


 아이가 음악을 싫어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릴 적 나도 음악시간을 너무 싫어했다. 그 시간만 되면 ‘선생님이 아프셔서 학교를 안 오셨으면 좋겠다!, ‘음악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했다. 싫었던 이유를 살펴보니 어릴 적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너는 아빠 닮아서 기관지가 약하니 부는 악기는 안 된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악기가 리코더인데 부는 악기가 안 되다니!’ 집에서는 아버지께 혼날까 봐 리코더 연습을 할 수 없었다. 항상 집안일이 많아 친구들과 함께 연습할 시간도 없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음악시간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 재미없는 것,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각인되어 버렸다. 음악을 일찍 포기하고 칭찬받을 수 있는 암기과목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   

   

 부모가 되어서도 평소 입버릇처럼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음악에는 소질이 없어요.’,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요’, ‘제 아이는 부모 닮지 않아 음악을 잘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어릴 적 들었던 말을 무의식적으로 저장해 놓은 아이는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음악을 좋아하고 잘해야 나를 더 예뻐해 주실 거야’라는 관념이 생겼다. 그러나 아이는 타고난 기질 특성상 자신이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 앞에서 보이지 않으려 한다. 부모와 주변의 기대까지 더해져 평가받을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 다른 것은 잘하지만 자신이 못하는 음악으로는 평가받고 싶지 않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시도를 해본다는 것은 실패를 하더라도 해보는 마음이다.


 처음 한글 쓰기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연필을 주면 바로 반듯하게 획순을 긋는 것이 아니다. 손에 힘이 없기 때문에 글씨를 쓴다는 것보다는 낙서를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아이들에게 낙서를 통해 손에 힘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다면 힘을 조절하여 예쁜 글씨를 쓰게 된다. 그런데 아이에게 처음부터 연습과정을 주지 않고 글씨를 반듯하게 쓰라고 하면 예쁜 글씨가 나오기 어렵다. 초보 운전 시절이 없다면 베스트 드라이버도 없다. 누구에게나 다 처음은 있다. 처음 시작할 때 “너는 이제 처음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서툰 것은 당연해. 그 과정이 지나면 잘한 모습을 보게 될 거야. 지금 한번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격려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덜 할 것이다.      


 현재 아들은 학교 밴드부에서 드럼을 가장 잘 친다. 벌써 4년을 꾸준히 해온 결과이다. 처음 드럼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박자 감각이 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다른 악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드럼을 하겠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드럼 학원을 다녔다. 한 6개월쯤 지나자 학원 선생님이 조용히 상담을 요청했다. 진도가 생각보다 잘 나가지 않고, 아이가 자기 고집대로 하니 다른 악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말을 아이에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는 제법 드럼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야외공연 무대에서 많은 지인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많은 박수와 함께 주변의 칭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친정아버지도 내게 조용히 오셔서 “예담이가 누굴 닮아서 저렇게 연주를 잘하는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분명 그 아이는 유치원 때 음악을 싫어했고, 모든 악기를 보면 고개를 저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아이는 손에 굳은살이 생기고 물집으로 아파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아이는 분명 어릴 적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원장은 나이지 아이가 아니었다. 원장의 아들이 아닌 그냥 나의 아들로 키우기로 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아이도 편안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나갔다. 어릴 적 들었던 아버지의 음악에 대한 편견으로 내가 고통받았던 순간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부모의 무심한 듯한 기다림이 아이에게 기다란 연습시간의 터널을 지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보채지 않았으며, 부모가 음악에 대해 재능이 없었음을 일찍 알았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 두번째는 어릴 적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잘하는 것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모가 잘할 때만 칭찬해주는 조건적인 사랑을 주면 아이는 못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못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를 통해서 더 잘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너희는 아직 어리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과정이야. 그 과정 안에서 다양한 실패를 경험해봄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숲에 가면 대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대나무에는 마디가 있다. 한참 성장하다 잠시 멈추고 기다리면서 힘을 모을 때 마디가 생기게 된다. 마디가 없는 대나무는 없다. 마디가 없다면 대나무는 곧음을 가질 수 없고, 갈대처럼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려 버린다. 더 높게 자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나무가 높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중간의 ‘마디’ 때문이다. 실패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힘을 모으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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