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쓰고 인랑 바라보기_1-2

1-2. 후세가 늑대인 이유

by 드따적따일따

1-2. 후세가 늑대인 이유


영화에서는 후세가 늑대, 즉 짐승으로써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장면이 꽤 있습니다.

꽤 직접적으로 묘사된 장면으로는, 후세가 항상 박물관에서 늑대 박제 앞에 서 있는 연출이 있습니다. 후세는 항상 박물관에서 박제된 늑대 앞에 서 있습니다. 나름 직접적인 연출이지만, 늑대 박제라는 장치를 활용하여 세련되게 연출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후세는 항상 늑대의 역할로 등장합니다. 늑대의 대사를 대신 읽는다거나, 늑대가 등장하는 순간에 후세도 같이 화면상으로 등장한다던가의 방식으로 말이죠. 특히, 특기대의 훈련 모습에서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빨간 모자 이야기는 후세의 행동(특기대의 행동)과 늑대의 행동이 은근히 유사합니다.

또, 아마미야가 후세에게 직접 ‘왜 특기대원이 되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후세가 짐승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이고 간단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후세는 ‘설명하긴 힘들지만 자신이 있을 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여전히 애매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왜냐면, 후세 본인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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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영화는 끊임없이 후세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양한 연출을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은 대부분 간접적이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후세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집니다.


짐승이라 인간이 되지 못한 것인가, 인간이 되지 못해 짐승이 된 것인가?

후세의 행동에 대한 해석을 해보자면, 우선 첫 번째로 후세가 폭발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을 때 꽤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특기대의 작전 상황을 기계처럼 막힘없이 답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때 그는 말도 더듬지 않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당시 상황을 묘사합니다. 그러다 ‘누구를 만났나’하는 질문에 후세가 처음으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막힘없이 답변하던 후세는, 이때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보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 특기대원으로서 상투적인 질문에는 잘 답변하지만, 왜 쏘지 않았냐는 인간적인 질문에는 머뭇거리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남기는 후세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적인 질문에는 약합니다. 아마 후세는 인간적인 생각을 잘 안해봤거나, 인간적인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후세의 유년기에 대해서 설명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후세가 선천적으로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늑대의 무리로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늑대의 무리로 들어갔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인간성이 결여된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그의 존재자체가 늑대인지, 인간인지를 묻는 것이 이 영화의 반복적으로 나오는 아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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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이후, 후세는 대원훈련소에서 재훈련을 받는 징계를 받게 됩니다. 대원훈련소에서 반복적인 훈련의 동물적이고 기계적인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의 표정은 힘들거나, 즐거운 표정없이 무표정의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동료들을 모아 게임을 하자는 인간적인 무리에 들어가지 않고, 허공만 응시합니다. 그리고, 그 동료들 역시 후세를 피합니다. 후세는 외로운 존재로서, 인간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짐승을 피하는 모습과 닮은 건 아닐까요?


후세가 외출을 하고, 도심으로 나와 열차를 탔습니다. 하지만 열차 속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후세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마치 짐승이 무섭고 두려울 때 몸을 웅크리는 것처럼, 후세 역시 열차에서 몸을 움츠리며 어서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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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는 죽은 소녀와 무척이나 닮은 아마미야를 만나고, 그녀와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됩니다. 그가 선택한 것인지, 그가 이끌려 나온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그는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후세는 항상 아마미야 뒤를 따라다닙니다. 그가 주도적으로 아마미야를 이끄는 것이 아닌, 목적지는 아마미야 만이 알고 후세는 그저 뒤따릅니다. 주도권은 아마미야에게 있습니다. 후세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후세는 누군가를 이끌고, 특히 인간을 이끌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늑대로서 항상 무리를 따라가는 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후세가 딱 한번 아마미야보다 먼저 걸으며 그녀를 이끄는 모습이 나옵니다. 후세와 아마미야가 공안부의 추격을 따돌리고, 공중전화에서 후세가 나오는 장면에서 후세는 아마미야를 챙기지 않고 먼저 걸어갑니다. 누군가와의 전화 이후, 후세에게는 목적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미야는 목적지가 없습니다. 후세는 아마미야에게 도망가라고 말하지만, 아마미야는 후세를 뒤따라 가기만 합니다. 이제 주도권은 후세에게 생겼습니다. 후세는 단출한 2인 무리지만, 무리의 리더로서 아마미야를 이끌고 나가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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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는 아마미야 뒤에서 항상 따라 걸어갔지만, 본인의 정체성을 확신 or 강하게 드러낸 이후 아마미야가 후세를 따라가는 모습


또, 후세가 총기를 손질하다가 아마미야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급하게 나가는 장면에서도 후세의 정체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후세는 아마미야에게 가기 전, 방 책상 위에 올려진 빨간 모자 동화책을 서랍에 넣고 갑니다. 후세의 책상 위에는 늘 뭔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어질러져있기 보다는 꽤 깔끔한 편이었죠. 그리고 그 위에는 항상 아마미야로부터 선물받은 빨간 모자 동화가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꾸준히 빨간 모자 동화가 오버랩되며 영화에서 흘러나오고, 후세가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연출을 계속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후세의 책상 위는 후세의 정체성, 또는 마음가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해석에 기반하여, 후세가 빨간 모자 동화를 책상 서랍 안으로 넣었다는 것은 후세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빨간모자 동화책을 서랍 속으로 치워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순간부터, 후세는 스스로를 ‘짐승’으로 인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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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놈이니까요.”

그렇게 ‘짐승’으로서 존재하는 후세는 박물관에서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설치된 함정을 압도적인 무력을 통해 벗어나고 아마미야와 함께 박물관을 탈출합니다. 그들은 놀이공원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아마미야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짐승으로서 정체성을 굳힌 것으로 보였던 후세가 흔들리는 듯한 연출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후세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이유로 아마미야의 제안을 거절하고 이내 짐승으로서 마음을 다 잡습니다. 그리고 둘은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감정의 교류를 이어갑니다.

짐승으로서 존재하기로 결심한 후세가 인간적인 모습으로 아마미야와 감정적 교류를 이어간 장면은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후세가 아마미야를 이성적인 대상으로 대하며 인간적인 감정을 잠시 드러낸 것일 수도 있고, 이후 등장하는 위치 추적기를 통해 보듯 아마미야의 속셈을 이미 간파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후세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그는 여전히 특기대원으로서의 정체성, 즉 짐승으로서의 존재 의식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아마미야 역시 짐승으로 존재했다면 어떨까요? 아마미야에 관한 해석은 다른 글에서 적을 예정이라 먼저 간단하게 언급하자면,저는 아마미야 역시 짐승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후세보다 자유를 ‘조금 더’ 갈망하는 존재일 뿐인거죠. 저는 그 이유를, 입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을 보여준 이후 아마미야의 무표정한 얼굴과 위치 추적기를 연달아 보여주는 연출에서 찾았습니다. 아마미야 역시 후세와 함께 시간을 오래 보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고, 때문에 그녀는 후세를 잡아두라고 명령한 공안부에 충성하는 ‘짐승’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나눈 스킨십은, 각자의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마침내 서로를 같은 ‘짐승’으로서 인식하며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동정과 연민의 행위라 해석하고 싶습니다. 아마미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후세가 빨간 모자 동화를 책상 서랍 안으로 넣은 이후로 스스로를 ‘짐승’으로서 확실하게 인식했다고 전제한다면, 아마미야와 후세가 나눈 갑작스러운 스킨십은 위의 해석으로 본다면 좀 더 납득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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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눈 그들의 스킨십은 이성적인 접근 보다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 자들의 연민이자 동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벌어진 지하의 전투에서 후세가 헨미를 총으로 쏴 죽임으로써, 후세가 마침내 총으로 인간을 죽임으로서 후세는 ‘짐승’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하였습니다. 후세가 특기대 슈트와 마스크를 쓰고 헨미를 죽였기 때문에, 후세의 감정을 자세하게 알 방법은 없습니다. 오랜 친구를 죽인 그는 어쩌면 눈물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무표정으로 싸늘한 헨미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세는 ‘짐승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놈’ 입니다. 이미 짐승으로서 존재하는 후세는 아무런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그저 명령에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존재도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위험한 도전을 할 것인지 영화는 궁극적으로 묻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 후세와 아마미야가 마주한 장면입니다.

후세가 아마미야를 쐈다면, 후세는 특기대의 충직한 대원이자, 인랑의 핵심 멤버로서, ‘짐승’으로 남기를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후세가 아마미야를 끝까지 쏘지 않았다면, 후세는 특기대에 반하는 선택을 한 대원으로서, ‘짐승’으로서의 위치가 위험해져 주변의 늑대들에게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후세 역시 목숨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후세는 명령에 의해서 ‘짐승’으로 남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선택을 스스로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아마미야는 죽고 맙니다. ‘인간과 인연을 맺은 짐승의 이야기는 반드시 불행한 결말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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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후세가 짐승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한 여러 장면을 해석하며 ‘후세는 짐승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각각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후세가 짐승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후세를 짐승으로 볼 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후세를 인간으로 볼 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달라집니다.

때문에, 이번 글은 후세를 짐승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에 대한 글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양한 의견 언제나 환영입니다. 댓글로 언제든 적어주세요. 또, 잘못된 내용이 있는 것 같으면 댓글로 언제든 적어주세요.


다음 글에서는, 후세를 짐승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해석에 기반한 영화의 메시지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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