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대신 순례길
D+7, camino 5days / Pamplona-> puente la leina
팜플로나에서 푸엔떼라레이나(puente la leina)로 오는 길. 해발 760m의 알또데페르돈(alto de perdon: 용서의 언덕)을 지나게 되는 코스. 첫날 피레네 코스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미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 만약 상태가 더 나빠진다면 중간 마을에서 머물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다행히 오르막에서는 오히려 무릎 통증이 덜했고 무사히 용서의 언덕을 올랐다.
스페인 전역에서 자주 보는 나무.. 생강처럼 생겼다
멀리 풍차들이 있는 저 언덕으로 가야한다
풍력발전기가 끝도 없이 줄지어 서 있는 그곳을 오르려면 또한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지나야 한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몸이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동안 머리 속은 오히려 가장 조용하고 차분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가만히 스스로 용서를 구할 일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내가 용서할 무언가를 생각하며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점점 거세지는 바람을 이겨내며 언덕 꼭대기에 다다르니 책자에서만 보던 까미노를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형상화된 구조물이 세워져있다. 우리가 이곳이 오다니! 바람과 별이 만나는 곳이라고 적혀있다.
오늘은 이 앞에서 웨딩사진을 찍어보기로 하고, 면사포와 넥타이를 주섬주섬 꺼내 쓴 뒤 옆에 앉아있던 한국인 청년에게 촬영을 부탁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면사포가 날아갈까 불안해하는 표정이지만 어쨋든 오늘도 미션 클리어!
드디어 알또 데 페르돈
둘다 바보같은 표정...하핫
오랜 시간이 걸려 무려 24.5키로를 무사히 걸어왓지만, 자고 나면 무릎 상태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내일은 에스떼야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로 간다.
걷다가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둔다
언덕을 넘은 후에도 세개의 마을을 지나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푸엔떼 라 레이나. 여왕의 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묵는 알베르게. 베리바르 위층에 있는 소규모 사립 알베르게인데, 스페인 현지 가정집 느낌의 아늑하고 깔끔한 곳이라 마음에 든다.
알베르게에 마련된 라운지
바로 바르(BAR)로 내려와 페레그리노 메누를 시키니 세 가지 메뉴와 와인 한병까지…
디저트로 수제 푸딩까지.. 만족스러운 저녁식사
알베르게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 이곳에서 봄을 맞이한다.
숙소 뒤편 약국 찾아가는 길.. 구시가지 모습이 정겹다
내일의 식량까지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