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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최금희 Dec 22. 2021

감성에 빠지는 날에는 시를 써보세요

연구용역 제안서를 준비한다고 서재에서 며칠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면적이 작은 내 서재는 한 면은 책상이, 다른 한 면은 책꽂이 선반이고 남은 면적이 나 혼자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밤샘하고 피곤한 눈을 쉬게 하려고 대낮에 서재에 누워있는데 고개를 돌리니 책꽂이에 손이 닿는다.

선반 맨 위층은 원서들이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철학, 러시아 문학, 중국문학, 어학, 신간도서, 기타 순서로 정리되어있다. 해서 누워서 고개 돌리니 사이즈가 유 별리 큰 화첩이 눈에 훅 들어왔다.


난 그림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가끔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다. 메모지에도, 다이어리 수첩에도 강의노트에도 가끔 꽃이나 나비나 새를 그리는데 재주가 없어서 늘 거의 비슷한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게 된다.


사실 화첩은 아니고 그냥 문구 방에서 산 흔하고 흔한 도화지다. 평소 그렸던 코스모스나 나팔꽃도 지나서 문득 박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날짜를 보니 2019년도에 그린 것이다.

그날은 왠지 모델 그림 없이 안 하고  휴대폰으로 박새 이미지를 찾아서 볼펜과 색연필로 따라 그려보았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새를 보는데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들이 연쇄적으로 떠오르면서  울컥해지는 것이다.


사실 바로 며칠 전 직장 생활하고 있는 고향 동생이  퇴근길에  울면서 내게 전화를 걸어온 적 있었다.

"언니~ 흑흑흑"

"왜 ㅇㅇ? 무슨 일 있었어? 회사에서 아님 시어머니가 너보고 뭐랬어? 아님 제부랑 싸웠어?"

난 다급히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아니, 그냥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파서...."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라..."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나는 기꺼이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고 힘께 울어주었다.

며칠 전의 여운이 남아서인가 새를 바라보니 고향의 여든다섯 어머님도 보고프고 다정다감했던 언니 얼굴도 떠오르고 어릴 적 친구들과 뛰놀았던 동네마당도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내가 나이를 먹는구나 하면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시구가 떠오르면서 글도 써지고 싶어 진다. 무슨 일인 걸까??


고향을 떠나 20년을 넘어가도 여전히 내 맘속에 고향은 또렷이 남아있다. 내 맘을 진정시키면서 자작시를 쓰고 읊어보니 또 눈물이 쏟아진다.


지인과 고향 친구 몇몇에게 시를 보내고 서로 위로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며칠 전에는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였다면 오늘은 많은 위로를 받는 날이 되었다.



자작시


      제목 없음


새야 새야

넌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니?


엄마랑 아빠랑

형제와 친구들과

함께 날으니 참 좋겠구나


나도 너처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이고 싶단다

나도 너처럼

맘껏 고향으로 날아가고 싶단다


새야 새야 고운 새야

나 대신 내 가족, 내 친구에게 전해다오


내가 여기서 한없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한순간도 잊지 않고 살고 있다고


새야 새야 전해다오

머나먼 타향에서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독자 여러분들도 문득문득 감성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있겠죠??

그럴 때 저처럼 그 마음을 글이나 그림으로 담아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꼭 작가처럼 잘 쓰지 못해도, 화가처럼 잘 그리지 못해도 나의 어떤 순간의 조각을 남기는 루틴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 흔적들을 날짜와 시간을 메모로 남겨서 가끔씩 열어보면서 과거를 소환해보는것도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장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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