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담
담돌돌담담돌돌담담돌돌담담돌담돌
담돌들이 모여 돌담을 만들었다.
깍지도 않고 덧붙이지도 않고
어느 돌하나 다치게 하는 일 없이
용암이 흘렀던 척박한 동쪽땅
아무렇게나 널어졌던 담돌들은
그냥 서로괴어 후려치는 바닷바람을 맨몸으로 견뎌왔다.
무릎만한 낮은 키로
그저 조용히 경계만 알려줄 뿐
겁 내울 줄도 거들먹거릴 줄도 모른다.
조곤조곤 소리하멍
분시모를애기 잠든 구덕 흥그는
왕할망 거친 손바닥 같은
담돌들이 모여 돌담을 만들었다.
담돌돌담담돌돌담담돌돌담담돌담담돌
마을 에는 돌담이 있다. 길을 따라 밭 옆으로 낮은 돌담이 쭉 이어진다. 사방에 널어진 돌들을 높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쌓고 딱 그만큼의 역할을 수행했다. 경계를 일러주기에도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힘이 센 젊은이들은 일을 해야 했다. 애기구덕을 흥그는 일은 왕할망 하르방이 했다. 일생을 당신 몸을 굴려 살아오느라 손에 못이 박혔다. 몸은 쇠약해졌지만 두툼하고 거친 손은 쉼이 없고, 일터에 나간 애기어멍은 안심을 했다. 할망들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기어코 자기 몫을 해내고야 만다.
길이고 밭이고 발에 채일 듯 널어진 돌들은 눈에 띄지 않아도, 별말 없이 땅에 굴러다녀도, 그 쓰임과 값어치가 있었다. 심지어 다른 돌들과 이리저리 아귀를 맞추어 쌓았기에 비록 돌 틈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고 날 지언정 태풍에 무너지는 법이 없다. 네모반듯 보기 좋은 요즘 돌담에서는 볼 수 없는 내공이다.
드러내지 않고 욕심 없이 제 역할을 다하며 살고 싶다. 날을 세우지 않고 축적된 지혜로
굴러다니는 짱돌 같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