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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Jan 07. 2023

행복한 손짓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86.



5호선 전철 안

밤은 깊었고 여의도역은 아직 멀었다.


문에 기대어 졸린 눈을 감았다 뜨는데

아 속절없이 흘러간 하루여

너는 어디쯤 서서 남은 시간을 기다리는가

말 못 할 하루를 나는 살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괴로워하진 않았으나

꽃잎 한 장 펴보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입을 다무는구나.


뒤에서 생경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남자애 둘 여자애 하나가

서로 의자에 마주 앉아

수화로 부지런히 말을 주고받는다

오늘 어떤 즐거운 일이 있었을까

무슨 흥미진진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렇게 기뻐하표정을 본 적이 없다.


반쯤 뜬 눈을 조금 더 열고 보니

남자애 하나가 공덕역에서 내리는지

문쪽으로 향하다 돌아서더니

두 손을 하나로 모아 웃으며 말을 건네온다

그토록 행복에 넘치는 얼굴들이 열심히

열심으로 하루의 끝을 맺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없다.





手話 210mmX135mm, Line Drawing on Paper(Croquis Book),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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