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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맛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5

by 어떤 생각


처서를 기다리던

가로수 이파리들이 혀를 내밀어

헉헉대는 여름 끝물에

육수 같은 땀을 흘려가며

콩국수집으로 간다

금방 갈아 비린내까지 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 시켜

면발을 단숨에 몰아넣는데

콩국수의 진짜 매력은

면 다 발라먹고

아직 살점이 남아있는 굴비 뼈처럼

콩국의 살을 살살 뜯어가며

은근히 마셔버리는 것

그리고 목까지 차오른 국물이

조신해질 때까지 가만히

글맛 몇 토막 떠올려

자근이 씹는 것




i meet me (뉴욕전시), 2023, Mixed media, 400mmX46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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