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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웅박 팔자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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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
Feb 1. 2024
눈 내리는 저녁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할머니 눈시울이 또 붉어지신다
대처 가는 길은
일정
때에도
눈이
많이 내렸었지
돈
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탄광으로
징용간
어리숙한 사람들이 많았지
네
할아버지도 그랬단다
몇달 소식이 없다가
함께 갔던 외당숙은 살아왔는데
할배는 돌아오지
못했구나
그때 니 애비가 세 살 무렵이었고
과부댁
설움보다
밀보리싹 여물기도 전인
춘궁기
배고픔이 더 서럽더구나
지지리도 궁한
형편에
밀기울 잔뜩 들어간
풀떼기는
허기진 새끼들 먹이고
난 며칠
꼬박 굶었어
무슨
놈의 뒤웅박
팔자가 이런지
네 나이
서너살
때였나
집안은 또 다시 풍비박산
되었구나
선생 박봉이 힘들다고
전답
잡혀 토건회사를
하던
니 애비가
빚더미에
앉아
급하게 너를 맡겼는데
다행히 배급으로 준
우윳가루라도 있어 망정이지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손자 어깨를 다독이며
눈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할머니
아궁이 불길은 무심치 않은 듯
활개치며 타오른
다
할매 아리랑, 2024, Mixed media, 300mmX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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