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입학 전이었지
아버지 대신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농사꾼 작은아버지 손을 잡고
아우내 장터 우시장 부근,
지금은 유명 브랜드가 된
순대국밥집에 갔지
담벼락에 광목을 치고
긴 나무의자 몇 개 놓은 할매집
바로 그곳이었지
여덟 개 마을 촌노들이
털래털래 닷새장 구경 나왔다
한잔 걸치고 가는 곳
화덕에선 불꽃이 튀고
대광주리에 삶아 놓은 순대에서
하얀 김이 설설 피어오르면
나는 숙부가 시켜주신
털도 몇 가닥 있는 비곗살을
맛있게 씹었지
허연 국물에 순대가 둥둥 떠있는
국밥은 숙부가 먹고
나는 쫄깃한 머릿고기부터
고소한 간과 허파
묘하게 생긴 살코기까지
수북이 쌓인 한 접시를
컥컥 목이 맥히지도 않고
아버지가 밥 대신
단박에 꿀떡꿀떡 넘기시던
막걸리처럼 맥히지도 않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잘도 씹었지
뱃속에서는 퍼뜩 넘기라고
안달복달하는데
식구들 다 데리고 올 수 없어서
부모와 떨어져 얹혀사는
불쌍한 놈이라도 한번
실컷 먹인다고
없는 대로 배고픈 대로
함께 크던 사촌들 다 놔두고
나 혼자만 살짝 불러 먹이셨지
얼른얼른 식기 전에 많이 묵으라며
나는 많이 묵었으니까
니나 묵으라시며
몇 해 전 작은아버지 돌아가신 날
남몰래 울음 삼켰지
난생처음 행복했던 숙부와의
그 비밀잔치 때문에
왜 하필이면 그날 그 일이
번뜻 떠올랐는지 몰라도
지금도 명절에나
부모님 묘소를 찾아 가끔
아우내 시장을 지나가기만 하면
그때 그 순대국밥집에 가서
숙부와 돼지고기 한번
실컷 먹고 싶어 눈물이 나지
그래서 요즘도 순댓국 먹을 때
머릿고기도 한 접시 시켜놓고
울고 싶어지지
아우내 순댓국, 2024, Mixed media, 300mmX3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