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8
안달복달하는데
식구들 다 데리고 올 수 없어서
부모와 떨어져 얹혀사는
불쌍한 놈이라도 한번
실컷 먹인다고
없는 대로 배고픈 대로
함께 크던 사촌들 다 놔두고
나 혼자만 살짝 불러 먹이셨지
얼른얼른 식기 전에 많이 묵으라며
나는 많이 묵었으니까
니나 묵으라시며
몇 해 전 작은아버지 돌아가신 날
남몰래 울음 삼켰지
난생처음 행복했던 숙부와의
그 비밀잔치 때문에
왜 하필이면 그날 그 일이
번뜻 떠올랐는지 몰라도
지금도 명절에나
부모님 묘소를 찾아 가끔
아우내 시장을 지나가기만 하면
그때 그 순대국밥집에 가서
숙부와 돼지고기 한번
실컷 먹고 싶어 눈물이 나지
그래서 요즘도 순댓국 먹을 때
머릿고기도 한 접시 시켜놓고
울고 싶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