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33
을지로 3가 길모퉁이를 돌면
재개발로 모두가 떠난
빈 건물 뒷담에
매화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낡아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과
무너져 내린 칸막이벽 너머
그 공장 구석에 버려진
의자는 뒹굴고
주인 잃은 장갑은 선반에 한 짝,
미닫이문 옆에 한 짝,
갈 곳 없는 나무는
혹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토요일 오후
봄바람에 꽃잎이 흔들린다
매화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다
도시의 매화가 이렇게 슬픈 줄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