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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Mar 16. 2024

슬픈 꽃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33



을지로 3가 길모퉁이를 돌면

재개발로 모두가 떠난 

빈 건물 뒷담에 

매화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낡아 빛바랜 슬레이트 지붕과

무너져 내린 칸막이벽 너머

그 공장 구석에 버려진 

의자는 뒹굴고


주인 잃은 장갑은 선반에 한 짝,

미닫이문 옆에 한 짝,

갈 곳 없는 나무는 

혹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토요일 오후

봄바람에 꽃잎이 흔들린다

매화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다


도시의 매화가 이렇게 슬픈 줄 

처음 알았다




매화나무, 2024, Mixed media, 300mmX3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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