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17.

by 어떤 생각




금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나도 모르게 매달리는 생각 한 자락,

벌써 삼십여 년 전인가?


나는 내 잃어버린 그리움의 행방을 찾아

무작정 떠났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그래요 아무 곳이나 표 한 장만 주세요.


행선지와 요금이 선팅되어 있던 유리창 너머
스물댓 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이 밤에 목적지도 없이요?
속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했어야 되는데

내가 한 번 더 미웠다.

최면에 걸려 사는 사회생활이 힘에 겨워

내가 나를 탈출해 보려고 도착한

서울역 대합실

가장 멀다는 목포행 막차 표를 얻어 들고

젊은도 낭만도 아니고 그냥

자유와 흐트러짐이 뭣인지 한번 만져 보겠다며

휘파람을 불어 댄다.

차창 너머 밤바람을 헤치며 얼마나 달렸을까?

종착역은 아직도 한참인데

난데없이 날아든 팔매 하나

울컥, 올라오는 이것은 무엇인가?

아주 옛날

이미 저 세상으로 완전히 가신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어느새 쫓아와

시시콜콜 간섭을 한다.

너는 아무개집 자손이여
명심 혀
조상 얼굴에 먹칠 하면 안 되는 기여

몸조심

길조심

사람 조심

조상이 눈에 안 보인다고 멀리 떠난 것은 아니구나
하나 얻어 들고

새벽녘 역전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아침 먹고
상행선 열차에 몸을 맡겼다.

그날 서른 즈음에






그곳_목포 유달산 420 mmX135mm, Watercolor on Paper(Croquis Boo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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