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5.

by 어떤 생각


석굴을 맛있게 먹다가 문득

오래전 무엇도 할 수 없는 속수무책을 피해

무작정 떠났던 바다가 생각났다


장항선을 타고 밤새 달려 침잠하듯 스며든

충청도 끄트머리 어느 작은 어항(漁港)

방파제를 담으로 끼고 들어앉은 허름한 식당이 있었는데

때 묻은 벽에는 앞니가 빠진 촌스러운 아이들 사진이 걸려있고

낡은 메뉴표는 해풍에 덜렁거리며 연신 흔들리다가

갈라져 삐걱거리는 오래된 나무계단 틈새로 덕지덕지 붙여 놓은

싸구려 잡지에서 조그맣게 오린 배우들 사진이

폭사된 세월에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던


혼자 앉기에도 좁은 나무 탁자 위에

맘씨 좋은 아주머니가 고봉밥과 함께 내어준 석굴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오늘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던지


언뜻언뜻 맞은편 식당 벽에 그림자 같은 내 모습이 지나간다.




그곳_비인항 210mmX135mm, Watercolor on Paper(Croquis Book),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