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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노동자 Aug 22. 2024

아베크롬비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리브랜딩

인종차별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다가 리브랜딩에 성공한 의류 업체


젊음과 쿨함을 상징하는 브랜드에서  바닥을 찍고  다시 부활한 아베크롬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베크롬비의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327% 상승했습니다. 1년 전 35달러여서 2024년 7월 20일 현재 주가는 무려 159달러입니다.

아베크롬비의 최근 1년간 성장률은 엔비디아 능가합니다. 지난 20년 동안의 아베크롬비의 주가를 보면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하는데요. 아베크롬비는 크게 3기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 1기는 별 볼일 없는 브랜드였다가 쿨함을 상징하는 의류로 변신한 2000년 초반

- 2기는 인종차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추락한 2008년~2022년

- 3기는 2023년부터 부활하기 시작한 현재          


아베크롬비의 기원과 역사

아베크롬비는 1892년에 뉴욕 맨해튼에서 David T. Abercrombie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데이비드는 낚시 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 아웃도어 스포츠 웨어를 판매했습니다. 1904년, 변호사였던 Ezra Fitch가 회사에 합류하여 공동 소유주가 되었고, 회사 이름은 Abercrombie & Fitch로 변경되었습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로 한때 잘나가긴 했지만 70년대 들어 회사는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고 1977년 파산을 선언합니다.  그 당시 아베크롬비는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회사여서 뉴욕타임스 1면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1988년,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으로 유명한  Limited Brands 가 Abercrombie & Fitch를 인수하면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마이크 제프리스가 CEO가 되면서 아베크롬비를 젊은 층과 10대들에게 어필하는 독점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로 재 브랜딩 했습니다. 마이크 제프리스는 여러 망언을 했습니다.

패션 브랜드의 수장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참... 그렇네요. 그리고, 제프리스 아저씨의 외모도 사실 상위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여러모로 화나게 하는 발언입니다.

아베크롬비의 셀링 포인트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 유산, 엘리티즘, 섹스, 배타성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왔고 아베크롬비를 돈방석에 앉게 했습니다.

첫 번째는 문화적 유산입니다. 1892 년에 뉴욕에서 만들어졌다는 전통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마케팅했습니다. 두 번째는 엘리티즘입니다. 아베크롬비는 “We go after cool kids”를 공식 자리에서 말할 정도로 외모가 뛰어난 학생들을 타깃 했습니다. Cool Kids의 조건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인종은 백인이어야 했고 몸매는 키가 크고 근육질이어야 했습니다. 여기 사진을 보면 아베크롬비 모델들이 쭉 나와 있는데... 식스팩이 없는 사람이 없죠?

제프리스는 매장 직원들의 외모와 인종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백인 중심의 외모를 갖추어야 하며, 아시아인, 흑인, 히스패닉 등의 인종은 고용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고용했는데요. 이런 사업 운영 방식에 여러 소송 이 제기되었고 아베크롬비가 망하는 원인이 됩니다.


세 번째는 섹스입니다. 셔츠를 탈의한 잘생기고 근육질의 백인 남성 모델을 매장 앞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광고도 섹스 어필하는 광고가 많았고 매장은 진한 향수 냄새와 시끄러운 노래가 어우러져 마치 클럽 같았습니다. 네 번째는 배타적 문화입니다. 제프리스는 “뚱뚱한 사람은 우리 옷을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했습니다.

실제로 아베크롬비는 엑스라지 사이즈의 옷을 만들지도 않았을 정도로 배타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엘리티즘, 섹스, 배타적 문화와 같은 특징이 왜 먹혔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2000년대 초반, 특히 10대와 20대한테 아베크롬비는 대표적으로 쿨한 브랜드였습니다.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저도 아베크롬비 티셔츠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었습니다. 아베크롬비 티셔츠의 특징은 매우 큰 로고와 타이트한 핏이었어요. 재질이 두꺼운 수건 같아서 불편했지만 이미지 때문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어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아베크롬비의 가치는 6조 5,000억 원에 달했고 전 세계에 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아베크롬비의 몰락

아베크롬비는 동양인을 조롱하는 티셔츠를 팔기도 했습니다.

"황 형제 세탁 서비스 – 두 명의 황이 하얗게 만들 수 있다"라는 뜻으로, 아시아인들은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고정하고, 인종 차별적이며 모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문구라고 볼 수 있죠?

"Rick Shaw"는 인력거를 의미하는 "Rickshaw"를 발음 그대로 쓴 말장난입니다. 아시아인을 특정 직업군으로 한정 짓는 편견 가득한 메시지입니다.


아베크롬비 관련해서 저도 안 좋은 경험이 있는데요. 2008년 제가 미국에서 아베크롬비 매장을 방문했을 때 뭔가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베크롬비가 인종차별을 하는 기업인 것도 모르고 옷을 사려고 방문했는데요... 아마도 제가 아시아인인데 매장을 방문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네요. 이와 더불어, 직원 평가를 외모로 하는 관행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엘리티즘과 배타적 문화, 인종 차별적인 운영방식은 결국 폭탄이 되어 아베크롬비한테 돌아왔습니다.


인종 차별과 차별적인 고용 관행으로 여러 차례 소송에 휘말리면서 대중은 아베크롬비의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아베크롬비를 좋아했었던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미국인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아베크롬비는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어 망해갔습니다. 2014년 마이크 제프리스 CEO가 여러 논란 끝에 퇴임할 때 회사의 가치는 2007년 가치의 4분의 1토막이 나게 됩니다. 2016년 회사는 미국 고객만족 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에서 가장 싫어하는 소매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의류 브랜드가 소비자가 가장 싫어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 대단하네요. 저는 최악의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아베크롬비가 다시 살아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리브랜딩에 성공한 것이 매우 놀랍긴 합니다.

아베크롬비의 전략적 변화

2014년 마이크 제프리스가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후, 아베크롬비는 Fran Horowitz가 중심이 되어 전략적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프랜 호로위츠는 Hollister의 사장으로 Abercrombie & Fitch에 합류하였으며, 이후 회사 내에서 빠르게 승진하여 2017년 아베크롬비의 CEO가 되었습니다.


호로위츠는 Hollister와 아베크롬비가 유사한 상품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목표로 하는 고객도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두 브랜드 간의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게 되었으며, 이는 브랜드 간섭, Cannibalization을 야기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홀리스터는 기존의 10대 타깃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아베크롬비의 타깃은 10대~20대 초에서 30~40대 밀레니얼 세대로 올라갔습니다. 아베크롬비는 기존의 1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지 않고 20대 후반, 30&40대 전문직을 타깃으로 변경했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 20, 30, 40대를 대표하는 "Young Millennial."은 높은 구매력이 있음에도 이들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베크롬비는 패션에 민감하지만 전문적인 의류가 필요한 20대에서 40대의 전문 여성들을 타깃으로 잡고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과거 아베크롬비 옷은 로고가 엄청나게 컸으며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옷의 재질이 두꺼운 타월 같아 매우 불편했습니다. 현재의 아베크롬비 매장을 가면 예전과 같이 로고가 큰 옷은 찾기 힘듭니다. 로고보다는 옷감의 재질과 Fit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Abercrombie는 특히 데님에서 더 나은 품질의 재료와 맞춤 솔루션에 투자하여 엉덩이와 허벅지는 맞는데 허리가 맞지 않는 Fit의 불편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평균 고객 체형을 반영한 모델을 활용하여 3D 핏 도구로 맞춤형 청바지를 제작하여 일반적인 소비자 체형에 맞는 청바지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아베크롬비의 CEO였던 제프리스는 “아베크롬비 옷을 입기 위해서는 살을 빼야 한다”라는 망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이제 아베크롬비는 쿨 키즈를 위한 옷만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에게 맞는 옷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과거 아베크롬비 매장은 어마어마하게 컸습니다. 2017년 대비 2021년 매장의 크기를 25% 줄였다고 합니다. 또한, 클럽을 연상시키는 시끄러운 음악과 어두웠던 매장을 밝고 쾌적한 쇼핑 환경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아베크롬비의 새로운 전략은 성공했을까요?


소비자 중심 접근 방식은 브랜드가 야심찬 매출과 수익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전 CEO와 관련된 최근의 소송에도 불구하고, 아베크롬비는 현재까지 성공적인 리브랜딩 사례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아베크롬비에 대한 안 좋은 경험과 감정이 있는 저는 아베크롬비 의류를 제 평생 다시 사지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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