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친구들

오며 가며 눈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by 옹달샘

시냇가를 끼고

들깨가 영글어 가고, 콩잎 노랗게 물든 잎에

햇볕에 그을린 콩잎은 주근깨가 덕지덕지,

임신한 옆집 새댁 얼굴 같이 되어 버렸네.

한동안 길이 어긋나 보지 못했던 두 살짜리

큰 강아지 핑크색 비옷 입고 주인의 목줄을

힘껏 잡아끌고,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고 녀석 참 귀엽네요." 덩치 큰 강아지가 힐끗

돌아보며 알듯 말 듯 무심히 비를 가르며 달린다.


냇가에 오리 가족이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일가족의 행복한 깰 수 없어 까치발을 띠고, 못 본 체했다


나무의 갈라진 틈을 뚫고,

단풍잎처럼 생긴 노랗고 야들한 목이버섯이 보슬비 내리는 들길에 첫 신고식을 한다. 갓 부화된 노란 병아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삐약삐약" 거리듯 나무틈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버려져 썩어가지만 그곳에서 다시 생명을 일으키는

나무의 고향은 땅속이고

나무의 밭은 흙이다.


우주를 품은 쌀 한 톨의 무게 속에서

겸허히 고개 숙이는 벼를 보며,

자연은 인문학의 근본이란 걸 다시 깨달았다.

자연은 넉넉한 품을 가졌다.


길가에 서서 오고 가는 먼지에 목이 컬컬한

가로수 나뭇잎이 비에 씻겨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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