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는 들길
속삭이듯 겨울비가 내린다
누런 갈잎은 보슬비에 젖어
스러지듯 기대어 있고
참새들은,
푸드덕거리며 갈대밭을 맴돌며
나뭇가지 끝에 앉아
깃털을 부풀리며 조잘거린다
겨울이 익숙한 큰 새는,
노련한 날갯짓으로
나무 위를 오가며
깊은 사색에 잠겨 따뜻한 곳을 응시한다
수확을 마친 논두렁에
밑동 사이로 파란 싹이
성급한 마음에 얼굴을 내밀고
겨울비에 움츠려 든다
종잇장처럼 가벼워진 줄기,
핏기 하나 보이지 않지만
땅 속 깊은 곳에서
생명의 뿌리는 조용히 움직인다
희망의 씨앗을 묻어두고
뿌리는 끝없이
팔다리를 늘리며
파란 움이 돋을 그날을 기대한다
비에 젖은 낙엽 하나,
몸을 웅크린 채
바람에 이끌려
기꺼이 뿌리의 자양분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