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는 아릅답다
세상이 궁금해 꼬투리를 가르고
" 콩콩, 통통, "
데구루루 굴러다닌다
아, 이곳은 내가 있던 곳이랑 다른 세상이구나.
철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손맛 좋은 할머니 손에 잡혀
다른 애들이랑 포대에 나란히 눕는다
햇볕 아래 일광욕도 하고
비가 오면 포대에 돌돌 말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하나가 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솥단지 안 콩들은 푸푸 거리며
쓴맛을 뱉어내고
기진맥진한 콩들, 절구는 이미
입을 벌리고 있다
갸름하게 잘 빚어진 메주는
짚 치마로 한껏 몸을 세우고
집 마루, 처마 밑에서 누가 더 곱나 겨루기를 한다
누군가는 이 얼굴을 흉으로 봤겠지만,
손맛 좋은 할머니는
동그랗게, 계란형으로도
메주의 얼굴형을 창조할 수 있지
윤기 촤르르르 흐르는,
항아리와 동거하려는 메주를 위해
대추는 깍두기처럼,
숯과 고추는 들러리를 선다
꽃 피는 춘삼월 메주는,
아낌없이 까만 진액을 남겨주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흐믈흐믈해진 메주 속으로
봄 향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