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힌 날개
떡국 냄새가 옅게 남은 부엌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남은 건 밀가루 한 봉지,
이른 아침,
손바닥에 힘을 주고 반죽을 접었다 펴기를 하며 겨울을 달랬다.
주먹을 쥐락펴락 할 때마다 마음도
매끈해지는 것 같다.
보드랍고 반질반질한 반죽은
멸치 육수가 팔팔 끓어오르는
냄비 속으로 얇게 뚝뚝 떨어졌다.
먼저 들어간 감자와 부딪히며
함께 서로의 맛을 나눴다.
보드라운 것들이
뜨거운 물속에서 제자리를 찾는 동안에
나는 두 그릇을 상에
마주 놓고 혼자 중얼거렸다.
"한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네."
수제비를 좋아하지 않은 내가
오늘은 먹기로 했다. 혹시 외로울지도 모를
그 사람을 위해서
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날
뜨거운 수제비를 땀을 흘리며
먹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양푼 가득 담긴 수제비를 뚝딱
해치우는 소탈한 모습에
마음을 조금 내어 주었다.
작은 집을 짓고
꿈에 날개도 달았지만
높이 날지 못했다.
나무에 앉은 새 한 마리
접힌 한쪽 날개로
푸드덕 거리며
먼 곳만 바라본다.
곁에 서면 늘
조금은 조심스러웠지만
덤덤하게 울타리가
되어주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산책길에 두루미 한 마리
물에 비친 긴 부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수제비 향이 겨울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오늘은 그 바람을 타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