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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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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Dec 21. 2021

미안해 나비야


길을 걷다가

먼발치 횡단보도께에서 펄럭

날아오르는 나비를 봤다

펄럭펄럭 날아오른 노랑나비는

몇 번 세차게 날갯깃하더니

순식간에 도로 한복판에 떨어졌다.

나비를 치고 잠시 멈췄던 자동차가 떠나버린 뒤였다.


달려가 보니, 아뿔싸~

도로에 내팽개쳐진 아기고양이

온몸 피범벅이 된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부서진 핏덩이를 두손으로 안아올렸을 때

너무나 작고 너무나 참혹했던 가벼움

아기고양이를 가로수 아래 옮겨 놓자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의 신고로, 한참만에 도착한 두 남자가

주섬주섬 비닐봉투를 꺼냈다.


"아니, 제발!

조금 전까지 움직였어요...."


잠시 하늘을 날았던 아기고양이가

봉투에 담겨져 멀어지는 동안

피 묻은 손을 내려다보며

나는 가장 절박했던 날갯짓의 그 참혹한 현장을

묵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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