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는 조각상과 나, 서로의 뼈대만 존재한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지
뼈대 외에 더이상은 거추장스럽다는 듯
그러나 말이야
부산한 상념들이 가라앉으면 비로소
뼈대를 견지하는 눈빛을 바라보게 되지
눈빛 하나가 한 줄 뼈대를 끌며끌며 견인해 왔음을
과거에
내 등에 깊은 칼을 꽂았던 사람의 눈빛을 본 적 있어
잠시 흔들리는 그 눈빛이 미안함이라고 읽히자
곧 상처를 덮어버렸지
깡마른 뼈대 속에 자코메티가 숨겨 놓은 눈빛의 저의.
눈빛이 지상의 유일한 진심이란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