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 세 곡만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친구가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뭐랄까,,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특이한 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자신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 부담스러워서 처음에는 가까워질 수 없었다
어쩌면 투명한 벽 너머에서 흥미롭게 관찰만 하고 있었던
막상 가까워진 뒤로는 단짝이 되었다
친구가 당돌하게 내뱉는 꿈과 계획이 허무맹랑해 보일수록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 알 수 없는 위안처럼 후련해지곤 했다
언젠가 함께 걷던 길 위에서
친구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명랑하게 말했다.
"아! 피크가 생겼으니 이제 기타만 있으면 돼. 난 이담에 기타리스트가 될 거야"
세월이 흘러 친구는 정말 기타리스트가 되었고
그녀의 가족은 애청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가족에게 끝내 털어놓지 못한 비밀은
자신이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매일 만진 기타 현의 시간들이 가족의 애청곡이 되었다
진실과 허무맹랑함은 한 끗 차이일뿐
비로소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친구의 물갈퀴가 보였다
피크를 닮은 클로버 잎
우연히 발견한 오후였다
자신감과 허황됨은
허황됨일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