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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트리 Mar 17. 2022

쓸쓸해서 머나먼

--- feat 최승자


 "내가 본 세상은 절망스럽고 허무한 것이었어요. 절망의 끝, 허무의 끝, 죽음의 끝까지 가봤던 셈이지요. 그 끝은 삶의 긍정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머문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는 아기가 방긋 웃기만 해도 즐겁고 이쁜 개울물이 흘러간다는 걸 알아요.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고 있다는 걸 나도 압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 수가....."

     ---- 정신병동에서의 인터뷰 기사 부분






잠깐 스쳐도 슬픈 색이 있다

걸음 돌이켜 찬찬히 들여다 보면 더욱 슬픈 들꽃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적막함들이 걸어나와 타인을 살린다

그러나 그 대가로 꽃은 스스로를 소거해나간다

버려진 색이 더욱 슬퍼지도록

더욱 슬퍼져서 차마 다시 피어날 수 없도록


이제, 리스펙!

휘몰아쳤던 들꽃 하나에게

그의 시에게


스스로 선택하였으므로

불행한 삶은 불행하지 않았다



* 이 글의 표제는 최승자 시집 제목에서 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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