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을 읽고(1)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애나 렘키 교수가 쓴 <도파민네이션>을 읽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 역시 과도한 쾌락 추구로 인해 지쳐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예전에는 충분히 기분 좋았던 일들도 더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을 멈출 수 없다는 것에 항상 의문을 품었다. 이제는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도파민이란 무엇인가?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이다. 우리 뇌는 수조 개의 뉴런이란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뉴런은 시냅스라는 부위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한다. 도파민은 보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어떤 보상을 예측할 때 최대치가 분비된다. 이후 보상을 획득했을 때 그것이 예상대로라면 적은 양을 분비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큰 보상이 주어진다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 이것이 예측하기 어려운 보상 시스템(도박 등)에서 더 큰 쾌락을 얻는 이유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상이 예상보다 적었을 경우 도파민 분비가 감소한다. 이 경우 우리는 기분이 나빠지며, 그 결과 쾌락을 찾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중독자들이 중독된 것을 다시 찾는 이유도 뇌가 조건 단서(담뱃갑, 술병, 주사기 등)를 보고 기대하면서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그것을 얻지 못하면 도파민이 확 떨어지면서 갈구 행동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이런 갈구 행동에 나설 때가 많았는데 아마 도파민 감소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몸의 항상성
우리 몸에는 항상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는 항상성이라는 성질이 있다. 도파민도 마찬가지다.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면 우리 몸은 도파민 분비를 줄이고 도파민 수용체를 비활성화시키는 식으로 도파민 수치를 떨어트리려 한다. 따라서 저자가 말한 쾌락-고통의 저울은 결국 항상성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문제는 쾌락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 이 항상성 저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쾌락의 기준치와 지속 시간은 점차 높아지고 저울은 고통 상태(도파민 분비 저하 상태)에 기울어진 채 머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항상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평범한 기분을 위해서라도 쾌락이 필요하다.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다. 물론 뇌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절제는 항상 어렵다.
결론
‘대가 없는 쾌락’ 따윈 없음을 깨달았다. 쾌락을 얻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럼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쾌락도 느끼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일까? 쾌락이 없으면, 고통도 없을 테니까. 최소한 쾌락-고통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피할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이 어떤지 적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