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5일
며칠 전부터 근 5년만에 웹툰을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네이버 웹툰이 추천해준 것 중 하나가 완결된 거라 이틀만에 다 봤다. 설정이 특이한 심리추리+로맨스였는데 잘생긴 캐릭터가 박력있게 직진하는 거 보고 어찌나 손목이 간질거리고 찌릿하던지.
이건 정말 몇 명 모르고 있던 건데 나는 설렐 때 손끝이랑 손목이 간지럽고 찌릿(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는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하다. 내가 꽤나 관심을 가지던 사람이랑 연락을 하면 그렇게 간지럽고 찌릿했는데 요즘엔 그런 것도 없고 2d 보면서 설레는 나를 자각하며 현타가 왔다. 이게 뭘까? 나 이제 십덕 히키코모리가 되는 거야?(언제는 안 그랬던 것처럼 말하네?)
“넌 너가 안 만나는 거 잖아.”라는 말을 들으면 참 애매하다. ‘놀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람들한텐 그게 쉽나? 나만 어렵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 동안은 나도 어렵지 않게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내 연애는 대부분 실패 정도가 아니라 폭망 수준이었다. 나도 사귀면서 못해준 게 있겠지만 상대는 그걸 한참 넘어선 정도였던 것. (흔히 말하는 쓰레기 콜렉터가 나였다...또륵...)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30대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좋으냐? 결과물을 보면 그것도 아니고 나름 관찰하고 관찰해서 만나도 문제가 많았다. 오히려 나이 먹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 나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간 범주가 넓어졌으니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겠나. 사람 보는 눈도 없어서 나름대로 거르고 걸러 나온 사람은 그 보람 없이 부정적인 감정만 남길 뿐이었다.
나에게 이성적으로 다가와서는 안 되는 사람도 너무 많았고 그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됐다.
나는 사랑 예찬론자이며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을 떠올리면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스스로도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은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누굴 만날 시간도 없고 그다지 만나고 싶지도 않다는 거다. 그냥 집에 와서 씻고 누워서 쇼츠나 보고 넷플릭스 보다가 자는 게 낫다 싶으니. 이 이상 누군갈 만나서 더러운 꼴을 더 보면 인류 자체를 혐오하게 될 수도..?(긁적...)
요즘 2030들은 대부분 연애는 관심 없고 가벼운 만남을 추구한다던데 이 흐름 때문에 상대를 속이고 이기적으로 굴어서(마! 니 그거 도파민 중독이다!) 상처받은 사람이 많을 거다.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들도 결국엔 사람을 믿지 않게 되고 가볍게만 만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겠지. 참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내가 생각한 미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뭐... 지금은 이렇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까지는 휴일에 집에만 틀어박혀서 웹툰 속 등장인물들 썸 타는 거 보며 설렌 내가 있었다. 그냥 좀 편해지고 싶다.
이제 뭐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