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했는데" 왜 더 외로울까

심리적 CPR이 필요한 순간

by 생크님

"그 사람에게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이제 연락하지 말래."

친구가 힘들게 꺼낸 이야기였어요.


"흠, 이상하네.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잊어."

위로하고 싶었어요.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고요.


"...내 이야기에 좀 공감해줘."

"난 이미 공감했는데? 공감하려고 노력했어."


그날 밤, 생각했어요.

분명 위로하려고 했는데, 왜 친구는 더 외로워했을까.
나는 정말 공감했던 걸까.




공감에도 '정확한 공감'이 있다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거기서 다 거기지, 뭐."


"내가 보기엔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럴 바엔 그냥 때려쳐."


정혜신 작가의 『당신이 옳다』에 보면, 공감에도 '정확한 공감'이라는 게 있다는 걸요.

우리는 흔히 "공감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충고하고 조언하고 평가하고 있었어요.


선의였어요.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건 공감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었어요.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만 보고 있었던 거예요.




심리적 CPR: 존재를 살리는 공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에게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가슴 중앙에 두 손을 올려놓고, 규칙적으로 강하게 압박합니다.

언제까지?
심장 박동이 돌아올 때까지.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나'라는 존재가 거의 지워진 사람을 만나면,
'나'라는 존재가 또렷하게 돌아올 때까지,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하게 바라봐줘야 해요.

말이 아니라, 존재로요.


심리적 CPR이란, 내 존재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소나기를 퍼붓듯이 공감을 퍼붓는 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누군가. 그 한 사람이 치유의 핵심입니다.




정확한 공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공감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네 마음이 어떠니?"


"그랬구나. 언제부터 그랬어?"


"힘들었겠다. 그럴 때는 어떻게 견뎠어?"



충고 대신 질문을.
평가 대신 호기심을.
조언 대신 경청을.


이 질문들은 해결책을 주지 않아요.
판단하지 않아요.
평가하지 않아요.

그저 그 사람의 존재가 있는 바로 그곳에 함께 서 있어 줄 뿐이에요.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해줄 필요는 없어요.

열 명, 스무 명이 위로의 말을 건네도 공허할 수 있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이 있는 바로 그곳을 정확히 바라봐 준다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그 한 사람이 내 존재를 또렷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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