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리 이슈

by 다중성격자

비그리의 비전형적 행동의 대부분은 센서리 이슈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센서리 이슈는 자폐스펙트럼의 주증상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인 문제인지는 아직 공부가 덜되어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었던 간에 두 영역(센서리 이슈와 자폐)에 기인한 행동이 매우 유사하고, 그로 인하여 2차적인 발달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나도 센서리 이슈가 있는 사람이다. 청각은 여전히 그러한데, 이러한 나의 특징은 다 커서 알게되었다.

노래방에 처음 갔을 때 귀를 틀어막고 있었고, 영화관에 가면 여전히 궁광거리는 소리가 불편하다. 작은 소리에 잠을 잘 깨고 깜짝깜짝 잘 놀랜다. 40이 넘은 내가 아직도 이러니, 비그리의 감각 문제가 감통수업으로 쉽게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나? 나와 비그리가 동일한 센서리 이슈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나도 어렸을 때 힘든 경험이 강하게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와 비그리가 자라는 환경이 다른 것에서 이유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


일단 비그리가 기겁하는 소리를 내는 청소기, 믹서기와 같은 기계가 내가 어릴때 집에 없었다. 장난감도 많지 않았고, 기계음을 내는 것은 더더욱이 없었다. 그러니 불편한 소리에 노출될 일이 없었고, 그런 소리에 노출되기 시작한 때는 이미 내가 어느정도 커서 감당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신체활동. 잘은 모르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예민하고 통합되지 않은 감각이 덜 예민해지고 통합된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 거의 밖에서 살았다. 놀이터, 골목에서 뛰어다니고 고무줄 놀이하고 방방이(?)도 타고 그랬다. 심지어 나는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다. 학교 들어갈 때까지 쭉 이렇게 전업 놀이꾼으로 살았다. 그런데 비그리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모님이 한 시간 정도 놀이터에서 놀아줄때, 어린이집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로 한두시간 산책과 놀이 할 때 이외에는 실내 생활을 한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일찍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한두시간이라도 놀 때 비그리는 여전히 어린이집 안에서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집에와서는 밥먹이고 씻기고 집안일을 하는 기본적인 루틴을 완수하면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뭐가 중요한지 잘생각해봐. 지금은 일보다 비그리를 돌보는게 중요해'라고 했지만, 어찌보면 내 일을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비그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비교해보면 비그리는 참 힘든 여정에 있다. 태어나서부터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빛에 노출되어야만 하고, 남보다 더 많이 뛰어놀아야하는데 남들보다 덜 움직이고 정적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지금 비그리가 받고 있는 감통치료와 놀이치료보다 훨씬 많은 시간 셀프로 치료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한다. 이런 비그리가 안타까워 다 내려놓고 시골살이를 해보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것은 꿈같은 일이다.


아이들의 놀이터 권리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비그리를 포함한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인위적인 환경, 학습에만 노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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