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진단은 정말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오죽하면 한 아이를 두고 여러 대학병원과 지역 소아정신과를 예약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가 되었을까. 이런 논란의 이유는 '스펙트럼'으로 진단명이 바뀌면서 아주 많은 종류의 아이들이 이 카테고리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나와 남편도 지금 태어났으면 아마 자폐스펙트럼 안에 포함될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비그리의 행동을 보고 마음이 편해야할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비그리만할때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아이의 성장경로가 잘 예측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좌절과 우울감의 언덕을 넘어왔고, 자폐냐 아니냐 하는 많은 부모의 글에 비그리를 대입해보았다.
<자폐에 해당하는 특징>
-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자주 있다
- 부르면 잘 처다보지 않는다(그러나 "엄마가 무슨 얘기했어?"라고 물으면 알고있다.)
- 제한된 관심사가 있다(가전제품, 그림그리기, 머리스타일)
- 감각추구를 한다(부드러운 손수건에 집착)
- 뜬금없는 주제로 말을 시작한다(내가 밥뭐먹을지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비그리 머리는 길어 짧어?라고 물어본다던지...)
- 또래와 잘 놀지 않는다
<자폐같지 않은 특징>
- 돌 전후에 주세요하면 손을 내밀고 율동도 따라한다
- 부모와는 상호작용이 찐하고, 껌딱지 수준이다(낯가림을 일찍부터 시작했고 좀 정도가 심했다)
- 혼내면 "그런식으로 이야기하지 마"라고 한다
- 혼날 행동을 일부러 더 하고 나를 쳐다보며 눈치를 본다
- 속상했고, 당황스러웠고, 슬프고, 즐겁다는 표현을 적절히 한다
- 대근육 발달이 늦지 않았고(돌 전에 걷기), 소근육은 매우 발달했다
즉, 비그리는 비교적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이고, 이러한 성향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고기능 경증자폐는 이 아이의 하나의 특성이지 이 아이의 전부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했다. 마치 MBTI에서 ENFJ-A(utism) 정도?
그렇지만 이러한 입장정립이 비그리를 그냥 일반 아이처럼 키우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획일화되고 줄세우는 문화가 팽배한 곳에서, 특히 여자 아이의 사회성 기대치가 높은 곳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고 학폭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클 때는 좀 특이한 동내 아이도 놀이터에 우르르 나온 아이들과 섞여 아침부터 해가 질때까지 놀았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그런 환경이 아니기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사회 규칙을 학습시키고, 비그리의 비그리의 재능을 갑옷으로 만들어 상처받기 쉬운 영혼을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