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아이 일반 어린이집 다니기(2)

by 다중성격자

앞서서 이미 비그리가 일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마주한 고민을 썼는데, 이번 편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 남기려고 한다.


1. 절친 만들기

불가능하다. 이거는 비그리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비그리는 절친을 만들 기회를 스스로 찾지 못하긴 했지만, 이 나이 아이들의 절친은 부모 그룹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나이도 다른 부모보다 좀 차이가 나게 많아보이고, 성향도 좀 안맞아 보여서 다가가지 않았다. 물론 다가오는 상대도 없었다. ㅎㅎㅎ 더 중요한건 비그리의 하원시간이 다른 전업맘의 아이들보다 늦었기 때문에 처음 1~2년은 하원시에 마주치는 부모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코어그룹은 비직장맘으로 형성이 되었고, 그외에도 느슨한 확장된 그룹이 형성되는 것이 올해 보였는데, 이 때는 내가 일부러 피하기도 했다. 비그리의 자폐성향은 대충 봐서는 잘 모르지만 같이 놀다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서 그런 자리를 피하고싶었다. 그래서 하원시에 무리지어있는 같은반 아이+학부모를 얼른 뒤로하고 빠르게 차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2. 부모참여 수업(?) 불참

일년에 한두번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소소한 공연 내지는 행사를 기획해서 학부모들을 초대한다. 처음에는 아무생각 없이 갔다. 통제 안되고 겉도는 비그리를 끌고다니느라 진땀을 빼긴 했어도 뭐 그런 아이들이 비그리만 있는 것은 아닐 나이었기 때문에... 그러다 작년에 공연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아.. 이젠 이런 수업 참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저 노래를 집에서 줄줄 외우는 것을 봤고 선생님 앞에서도 완창을 했다고 했는데... 외부환경에 여러 사람이 노출되니 아이는 그 쏟아지는 자극에 정신이 팔린 것 같이 보였다. 딴짓을 하는 산만한 아이와는 또 다른 결의 이상함. 내가 너무 의식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으나, 비그리에게도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일부러 다른 일정을 잡고 참여를 못한다고 말씀드렸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비그리만 빠졌다...


3. 불안한 하루하루

비그리의 정서적/신체적 컨디션은 기복이 매우 큰데, 한두달씩 문제행동이 두드러질 때가 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던지, 친구를 때린다던지, 물건을 던진다던지 하는 그런 행동 때문에 아 이제는 정말 이 어린이집을 그만둬야할 때가 온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시기가 왔었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런 시기에는 키즈노트 알림장이 울리면 정말 빠르게 확인을 한다. 오늘은 무사히 지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리고 하원시에는 대역 죄인의 부모가 되어 고개가 기본 15도는 숙여진 상태로 간다.


4. 활동에서의 이탈

단체 활동을 하는 사진을 보면 비그리는 거의 항상 선생님 지근거리에 배치가 되어있다. 여차하면 잡아오기 위해서 그럴것이다 추측하는데 아마 맞을 것이다. 이 아이는 진짜 안듣는다. 언젠가는 시지각에도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결국 주의력 문제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남이 뭐라하던 자기 하고싶은 방식으로 자기가 하고싶은 활동을 하는데, 애 하나 케어하는 나도 이렇게 속이 뒤집어지고 힘든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이 아이를 끌고다니는지 진심 신기하다.


5. 고집부리기

이건 자폐+성격의 대환장 콜라보로 보인다. 나도 사실 한 고집했고, 남편도 그랬다고 한다. 여기에 외부와 단절되는 자폐성향이 추가되면 정말 최강이 되는데, 거의 매일 이 고집을 부릴때면 '넌 도대체 뭐가 문제냐?'라고 소리지르고 싶어진다. 사실 뭐가 문제냐가 아니라 '넌 왜그렇게 태어난거니?'가 더 솔직한 질문일 수 있겠다. 불교신자이신 엄마 말에 따르면 다 인연이 맺어진 이유가 있으며 넓고 길게보면 이 세상에 억울할 일은 없고 감사할 일 뿐이라는데... 나도 이론은 아는데 아이가 미친듯이 짜증으로 급발진하면 참기 어려운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 인생에 기쁨은 없어보이나 사실 그렇지는 않다. 기복이 심해서 문제이지만 비그리도 대부분의 시간에는 참 사랑스럽고 예쁘다. 이 내용은 다음 편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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